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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결혼했다 (2008)

2008/10/24

황금 공강, 목금.
물론 알차고 의미있게 보내고자 나름 많은 노력을 하지만.
언제나 집벌레처럼 방바닥에 붙어 얼굴을 책에 부빌 뿐,
개강 후 지금까지 이렇다 할 실적은 없었던게 사실이다.

문득 영화가 보고싶었다.
그것도 혼자서.조조로.
어찌보면 둘다 별로 내켜하지 않는 것들이지만,
3년 전 처음 혼자 봤던 조조영화 ‘매종 드 히미코’를 떠올리며.
부푼 마음으로 아침일찍부터 부산떨어 집 근처 영화관으로 향했다.
뭘볼까.. 이왕이면 19금으로? -.,-

극장이 작은지라 조조영화는 단 2편.
그중, 요즘 예쁜 예진씨가 자주 나와 홍보하던 “아내가 결혼했다.” 당첨.

 

아내가 결혼했다.

 

이왕이면 혼자이지만 팝콘도 씹어주면서
분위기내고 조용히 혼자 미소띄우며 보려했찌만.
하고많은 그 자리 중 하필이면 내가 앉은 줄만 꽉 찼다.
이런낭패가. -_- s

할수없이..
피고있떤 다리를 접고,
걸쳐두었떤 가방을 감싸안고.
팝콘씹는 소리날까 입에서 우물우물 질겅거리며
녹여먹었다.-_-
아, 젭알 여기서 끝내주면 안될까.
옆에 앉은 여자는 목청 득음하셨는지
별 웃음거리도 아닌걸
아침부터 고래고래 웃으시느라 애쓰셨다.
그바람에 불쾌지수 200%.

anyway.

그렇게 불편한 맘으로 시작된 영화.

제목에도 드러나듯이,
설마 했찌만.
정말 아내가 결혼한다.

극 중 김주혁은 아내인 손예진을 너무나 사랑하는 마음에,
그것까지도 이해하고 받아주는 남편으로 그려진다.
물론, 중간과정에서의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이 우여곡절 역시 내가 예상했떤 바에 못미치는 정도.)

 

아내가 결혼했다.

 

 

집시처럼 살다 마지막엔 술에 취해 땅바닥에 누워 죽고싶다는 손예진.
프리랜서 프로그래머로 술과 남자와 밤일을 좋아하고,
사랑에 구속받기 싫어하는 이 시대의 독특한 여성상을 표현한다.
여성의 사회적 위치를 다부지게 가지고 있고,
예쁘고, 똑똑하고, 남자 잘 만나고, 밤일 잘하는, 자유로운 영혼.
(정말 예쁘고 귀엽게 사랑스럽게 나왔다. +_+)

 

아내가 결혼했다.

 

 

자유로운 예진을 곁에 두고 싶은 마음에
김주혁의 끈질긴 구혼으로 결혼을 하지만, (불안감 500%)
같은 동료인 재경과 또 결혼을 하겠다고 남편을 보채는 손예진.
(보챈다.달을따달래, 별을따달래. 결혼만 한다는 거잖아.
차라리 별을 따달라고 하라던 김주혁이 떠오른다.-_-)
이 상황에선 나조차 저걸 어떻게 이해 해야할지, 말문이 막혔다.
(너무 아무렇지 않게 이해해달라던 예진.ㅠㅠ)

 

아내가 결혼했다.

 

 

여기서 문제는 김주혁이다.
예쁘고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내의 보챔에 넘어갈 일이 따로 있지.
쿨 해 보이려는 의도인지, 항복의 의도인지는 모르겠으나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이 상황을 받아들인다.
김주혁의 삶은, 손예진을 향한 사랑으로 가득 차 있어 보였다.
자신의 사랑법을 통해 미래의 나. 미래의 자신을 더 잘 알 수 있게 해 준다는. 김주혁.
사랑을 반으로 나눌 수 있냐는 질문에,
반으로 나누는 것이 아니라. 꽉 채워져 있는 두 개의 사랑을 가지고 있다는 손예진.

결국,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마지막엔 손예진과 두 남자와 아기 모두 함께 가정을 꾸려가는 모습으로 막을 내린다.
이 시대의 고질적 문제이지만, 뻔해져버린 불륜얘기에 포커스를 잡기 보다,
손예진과 김주혁의 사랑 방식에 주안점을 두고 있는 영화.
두 사람의 공통점은 ‘이해’.

글쎄,
영화는 영화일 뿐이지만.
소설은 소설일 뿐이지만.

일처다부제 형식을 보여줌으로써,
그만큼 이 시대 여자의 힘과 목소리가 비대해지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과,
서로간의 이해상충 관계는 어디까지 포용되고 용납되는 것인지에 대한 물음과,
우리네 사랑은, 각각 어떤 의미로 해석되고 있는지에 대한 생각.

그간 내가 가지고 있던 고정관념과 편견들은
각종 영화와 소설, 사회 사건사고로 어느정도 깨져 있다고 생각했찌만.
이 영화는 내게 또 다른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결혼과 사랑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틈을 주기도.
다소 고리타분한 생각들 속에,
한편으론
아직도 ‘첩’의 개념이 살아 있는 곳도 있는데 뭐.
남자들의 의식을 깨우쳐 주기도.
당하고만 살았던 일부 여자들의 맘을 대변해 주기도.
유쾌 는 아니지만 나름통쾌.
추가,
관계에 대한 표현이 그렇게 많은 지, 처음 알았다. -_-
아무렇지도 않게 표현된 고러한 정보와 성적 fantasy 때문에 19금 판명이 난 건 아닐런지.
(사실 예진아씨 노출신은 머리 등 배 다리 였더구먼.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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