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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힐을 신고 달리는 여자 (2011)

2013/01/24

하이힐을 신고 달리는 여자,  원래 제목을 이렇게 바꾼 것도 기가 막히다. (Don’t Know How She Does It.) 영화관에서 왜 안봤는지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뻔하지뭐. 정도였던 듯. 아놔, 뻔해도 너무 뻔하지만 왜 이제 봤나 후회만빵인 영화다. 정말 제목처럼 이 여자 어떻게 이렇게 할 수 있는거지? 싶지만, 사실 국제적으로 모든 워킹맘들이 실제 이런 삶을 살고 있다는 믿고싶지 않은 현실이다.

주인공 Kate. 두 아이의 엄마다. 그것도 손이 가장 많이 가는 초딩과 두살배기 애들. 항상 바쁘다. 제목 그대로 달린다. 겁나 달린다. 일도, 아이들에게도, 집안 일에서도, 좀처럼 쉴 틈도 여유롭게 걸어다닐 시간도 없이 매번 달린다. 달려야 사는 여자다.

회사에서는 능력 있는 멋진 펀드매니저로, 일이 너무 좋아! 난 내일을 사랑해! 아일라~브~유~를 외친다. 사실, 같은 여자로서 이 대목에선 다른 시선을 두게 된다. 결혼 하고 나서도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힘들어 죽겠어도 놓치 않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 가능해?

 

고객사와 미팅을 다니는 규모도 뱅기 단위다. 아침엔 집에서, 저녁엔 집에서 몇 천키로 떨어진 곳에서. 그리고 돌아오면 반가워 허니 쪽쪽 할 시간도 없이 떡실신.

 

그러다보니 초딩 딸 학교에 가져갈 파이 하나 만들 시간이 없다. 빵가게 문닫기 5분전에 세이프하여 엄마가 정성스레 만든 듯 담고 찌부하여 커스텀. 그런 아내를 보는 남편은 토닥토닥 아이구 우리 마누라 고생해쪄. 의 분위기라기 보단… 애쓴다, 애써. 의 시선으로 영화 내내 뒤에서 멀찌감히 빠져 있다. 이 남자라고 왜 고민이 없겠느냐마는, 여자라도 동등한 회사에서는 일꾼의 역할. 집에서는 여자라서 당연한 집안일꾼의 역할. 을 해내는게 어찌 보면 너의 ‘영원한’ 숙제잖아. 라고 말하는 듯 하다. 그 영원한 숙제를 풀기 위해 하나를 포기하던지, 싫으면 둘 다 겁나 달리던지. 마땅한 수가 없는 것이 답답할 뿐.

 

 

어쨌거나, 이런 엄마를 초딩 딸내미는 좋아 할 이유가 없다. 굿나잇 키스도, 자장가도 차가운 휴대폰 너머로 들리는 목소리에 만족해야 하기 때문. 먼 미래에 Kate의 딸도 겪게 될 상황들. 그 때가 되면 이 딸도 엄마를 이해하며 눈물을 주륵주륵 흘리려나. 불행 중 다행인지, 아직 말문이 트이지 않은 귀여운 2돌백이 아들은 그저 부- 부- 엄마가 신기하다.

 

맞벌이 부부의 삶에서 ‘엄마’의 역할은 당연한 듯 배가 되어 돌아오고, 그걸 감당해내기 위해서라도 강하게 모든 일에 담대해야 한다. 워킹맘의 머릿 속은 거대한 퍼즐과도 같다. 집에서, 회사에서, 주위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머릿 속에 짜맞추고 있어야 그나마 편해지는 아이러니한 상황 때문. 퍼즐이 하나라도 엇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Kate는 그 중 일부인 유모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한다. 그녀 한 명이 없다는 것은 Kate 자신이 어떻게든 빈 퍼즐을 맞추어내야 하는 악한 상황이 오기 때문.

그녀라고 늘 강하지만은 못했다. 겁나 달리느라 귀여운 아들이 처음 머리카락을 자르는 순간도 보지 못함에 길바닥에서 꺼이꺼이 하기도 하니까.

 

일과 가족과 이성간의 호감 사이에서 영화는 ‘그래도 난 엄마니까’의 큰 줄기를 가지고 흘러간다. 그러면서 갈등은 꽤 여러 곳에서 일어나고 부딪히고 해결된다. 마지막까지 워킹맘에게 내려줄 수 있는 답은 없었다. 말 그대로 그녀는 어떻게든 그 모든 걸 해나가니까. 앞으로 지금까지 있었던 갈등이 또 없으리라는 , 여유로울 것이라는 보장도 없지만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를 안고 또 달리더라.

Kate는 행복하다. 엄마로써 사랑스러운 아이들을 틈 나는대로라도 돌볼 수 있어서, 인생에서 엥간하면 만나기 어렵다는 천직을 만나 승부사를 던지는 인재로 마음껏 일 할 수 있어서, 그나마 이 두가지를 할 수 있도록 옆에서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주는 남편이 있어서.

하아. 근데 난 보는 내내 왜 한숨이 나오는지. 결혼해도 일을 해야 하는(일이 좋아서라기보다..왠지 일을 놓으면 통장이 없어질 것 같..) 내 가까운 미래를 보는 듯 하여.

여자로써의 삶은, 응애 하고 나올 때부터 정해져 있는거라 해도 워킹맘으로써의 삶은 시대적으로도 환경적으로도 충분히 달라질 수 있는 게 아닌가?

정말 우리나라 뿐 아니라, ‘엄마’들은 위대하다. 세계공통!

힘내라 워킹맘! 쫄지말자 예비 워킹맘! 쫌 도와주고 상부상조 하삼 워킹맘남편들!! 세금 팍팍 내는 워킹맘들 살기 좋은 세상 좀 만들어 주세요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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