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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없는 이야기

2015/11/11

세월 참.

시간이 빠르네 잡을 수 없네 멈추었으면 좋겠네 어쩌네 정말 뻔하디 뻔한 말들 안 하고 싶지만. 막상 생각나는 말이 없다. 정말 시간은 빠르고, 나는 그 시간 안에서 뱅그르르 돌며 이리저리를 배회하는 것 같다.

오빠바라기 엄마가 오빠 옷 멋지게 입혀서 골목 여기저기에 세워두고 사진을 찍으면 난 쪼르르 쫓아 나가서 사진 찍는 스팟 근처에 발 빙빙 돌리며 왜 난 안 찍어주냐며 꺼억꺼억 울고 삐치고 입이 댓 발 나왔었단다. 그래서 내 사진이 오빠보다 더 많은 것일 수 있지만. 어린 이미송부터 지금 이미송까지 사진이 참 많다. 

근데 이게 정리가 안된다.

다 스캔해서 지금 사진들하고 같이 파일 정리를 할까? 아님 반대로 지금 사진을 모두 인화하고 같은 디자인의 앨범을 여러 개 사서 시간 순으로 정리해볼까? 아냐. 그러다가 나중에 저 앨범이 절판되면 디자인이 바뀌어서 촌스러울 거야. 그것보다 인화하는 데 돈이 만만치가 않을 텐데. 아 귀찮기도.

역시 이유는 다분하다.

어제 둘째 조카 수현이의 첫 생일을 축하하는 가족모임이 있었다. 이걸 돌잔치라고 하기 싫어서 풀어 썼더니 거창하네. 
수현이는 지금 책상 위에 있는 나 어릴 때 사진이랑 느낌이 좀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수아도 수현이도 사랑스럽고 예뻐서 얼마나 그 시간들이 행복했던지. 그냥 문득 아, 자고 일어났는데 이런 딸들이 내 앞에 있으면 참 좋겠다. 생각도 했단다. 그럼 차 남편은 좋겠네. 예비 딸바보.

4년 전 수아 첫 생일 때 찍었던 사진을 다시 꺼내서 참 예쁘게 빨리 크구나 세월 빠르다 생각을 한다.
또 몇 년이 흐르고 나면 어제 찍은 수현이 사진을 보면서 똑같은 말을 하겠지.

세월의 시간을 켜켜이 잘 쌓아나가고 싶은데 쉽지가 않다. 중간중간 지우고 싶은 시간들은  뭉텡이로 빼버리고 챡챡챡 정돈하고 싶다. 시험기간에 정리 잘 해 놓은 요약집을 보면 효율적이듯이 아주 나중에 나의 묵은 인생을 돌아볼 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잡을 수 없는. 가는 세월, 흘러가는 시간에 젖어 축 처지지 않으려면 시곗바늘 위에 중심 잘 잡고 서 있어야겠다.

역시.
내뱉고 나니 재미없는 이야기.

 

이쁜 아가들 사진으로 마무리.

DSC066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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