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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날

2015/12/08

보통날처럼 똑같이 집 밖을 나와 걷고 지하철을 타고 음식점에 가는데도 괜히 기분이 좋은 건 아마도 익숙하지 않은 길이라 그렇겠지.
평소엔 두리번거리지도 않고 고개를 숙여 스마트폰질을 하거나 주머니에 두 손을 찔러 넣고 앞으로 전진하느라 지하철까지 가는 길에 나무가 옷을 입었는지 벗었는지도 모를텐데. 
호기심 가득한 몸짓으로 낯선 길을 걷고 하늘을 올려다보는 고갯짓이 내가 여행 중인지를 알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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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A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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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도 240엔 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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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뭐. 일본이니까 뭐.
얼굴에 계란 두알 장착하고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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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바닥이 우리집 예전 장판하고 비슷하다.
차꼼꼼씨가 정성스레 삐져나온 운동화끈을 기술적으로 다시 묶어 안으로 밀어넣고 있다. 정말 꼼꼼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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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톤보리 강에 반짝거리는 조명이 켜지면 좀 나은데.
그냥 볼 땐 아무래도 우리동네 중랑천같다. 
혼자 밥 열그릇은 해치운듯한 부은 얼굴이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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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동네에서 가장 맛있는 다코야끼집.
근처에 엄청 큰 집도 있고 뭐 이래저래 많지만 현지인들도 줄서서 사먹는 곳이 바로 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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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왔을때 오픈시간 전에 떠나야 해서 아쉬웠던 ‘지유켄’에 가는길.
뭘 먹으러 가는 길은 늘 즐겁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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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랏샤이마세에에에
아주미 실샄ㅋㅋㅋㅋ 정말 저런 옷에 머리에 화장 똑같이 하시고 안에서 손님들과 인사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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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김정식에 카레를 시켜서 먹었는데.
나오니 잊혀질만한 그냥 튀김에 카레였다.
음식엔 모두 호불호가 있는 것이고 개취의 느낌이 있는 것이니. 이정도만.. 아비꼬 갈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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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엔 고베에 가서 야경을 보기로 했으니 이제부터 남는 시간엔 무얼 할까.
뭐긴 당연히 먹는거지.
바람도 쐴 겸사겸사 백화점 마트에서 디저트 두개 골라 옥상에 올라가서 나한입 나 또한입 나 또또한입 안먹을거면 또 나 한입. 내가 다 먹고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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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좀 찍어바바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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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자자자자잠깐 머리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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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겡끼데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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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허허허허허허.
아라써아라써 고만 찍게 해 줄게 으허허허허. 
그니까 한숨 쉬지 마… 허허허ㅓㅎ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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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따. 여기 MHL매장 있는데 가볼까?
아니 그게 세일한다더라구.
아니 그게말야 한국보다는 싸다더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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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산 리미티드 리넨 에코백 세탁 잘못해서 사이즈 줄고 주글주글하고 그냥 한국 보세 쇼핑몰에서 산 거 마냥 이도 저도 아닌 모냥새로 되어 있고 난 맴이 쓰릴 뿐이고. 사자마자 내용물보다 쇼핑백이 더 이쁘다며 저걸 버리지도 않고 가지고 있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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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다고 날아가기 직전인가봐.
몸에 온갖 바람이 다 들어가서 공중에 뜨기 일보직전이야. 부우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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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베 가기 전에 입가심으로 네기야키 먹을까?
물어봐서 뭣해. 바로 출동.
익숙한 뒷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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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키 ‘야마모토’ 여기 맛있다. 
지난번에 오고 또 갔는데 역시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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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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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어우뜨거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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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먹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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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시 10분. 
한국이었으면 칼퇴도 못하고 저녁 뭐먹지 고민하고 있을 시간. 
고베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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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난 널 찍으려 한 게 아닌데 그렇게 눈 마주쳤다고 무섭게 쳐다보면..  안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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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을 타고 가면서 인터넷 검색을 했다.
폭격과 지진으로 많이 힘들었을 지역.
점점 무채색으로 변해가는 창밖을 보면서 고베지진 당시에 TV로 봤던 뉴스 속 이미지들이 잠시 스쳐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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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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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 항구 옆이란 걸 생각 못한 내가 바보.
반짝반짝 길을 밝힌 도시가 너무 아름다웠지만 바람은 매섭게 차다. 
그래서 그런지 사람도 별로 없고 콧물 훌쩍이면서 아이 좋은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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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뚝 솟은 고베타워.
참 높은데도 견고해보인다.
요걸 보고 반대편으로 돌아 나오는데 교복 입은 여고생 3명이 사진을 찍으며 깔깔깔 자지러지며 웃는다.
둘이 양손을 맞잡고 마름모꼴을 만들어 저 멀리 고베타워를 들어오게 하려는데 잘 안되는지 사진을 찍는 아이도 찍히는 아이들도 난리가 났다.
그래. 어른들이 왜 구르는 낙엽만 봐도 웃음이 나는 나이라고 말하는지. 그 때는 몰랐던 나도 이젠 무슨 말인지 알겠다. 
그런 아이들 옆에 가서 야야 나도 같이 하자. 하고 싶었지만.. 참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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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규를 먹으려고 찾았던 식당이 문을 닫았다. 흐..
원래 관광지 바로 옆에 즐비한 식당들은 폼은 그럴듯 하지만 맛은 보장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서 가지 않는 편인데.
어쩔수 없이 항구 바로 옆 괴기 레스토랑에 갔다.
분위기는 옛날 우리집 근처 지하1층에 있었던 경양식 레스토랑 백장미와 흡사하다. 

기본찬은 미역줄기 같은 것 하나.
김치도 야채도 모두 추가로 돈을 내야 한다.
대써 안머겅 고기만 먹을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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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액에 비해 양도 적어서 속으로 제발 맛있길 바란단다. 되뇌이고 있다 한 점 넣었는데.
아…. 너무 맛있잖아….응? 어디갔지? 
살살 녹는다. 
애둘아 너네는 소한테 뭐 먹이면서 키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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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떵떵 기분좋게 집으로 가는 길에. 
고베에 있다던 스타벅스가 생각났다.
1907년 지은 목조건물로 고풍스러운 분위기에서 마시는 커피맛은 더 좋을테지. 
쉽게 생각하고 역에서 걸어 걸어 또 걸어 걸어 올라.. 또 걸어 진짜 많이 걸어서 올라갔다.
여름이었으면 당장 택시를 탔을만한 거리.
도착하니 영업시간은 20분 정도 남아 후루룩 마시고 나와 다시 내려 내려 내려가야 했던 아쉬웠던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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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위기는 역시나 좋다.
잠시 앉아있었지만 소파에 파묻혀서 책 한권 읽으면 딱 좋겠다 싶을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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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정에 매이지 않고 편한 발로 여기저기를 다니는 여행은 서로를 편안하게 한다.
혼자 하는 여행이라면 그 무엇이 상관이겠냐마는.
같이 어딘가를 가고 무언가를 보는 것엔 분명히 배려가 필요하다.
생각해보니 마지막 날 항상 내게 물어봐줬다. 이번 여행은 어땠어? 응 당연히 너무 좋았지이. 또 오고 싶다.
대답을 듣고 미소가 번지는 차남편은 하루가 됐건 며칠이 됐건 마음속에 인이 몇 개 박혔을 것 같다.
여행 전부터 마지막까지 내가 좋으면 자기도 좋다던 차배려의 마음에 또한번 찌잉 하며
다음엔 어디를 갈까?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오지도 않았는데 다시 되묻는 나를 어떻게 생각할런지? 

익숙할거야. 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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