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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꽁

2016/01/22

레리꼬 레리꼬 겨울왕국 후반부에 안나가 엘사를 위해 나쁜놈시키의 칼을 몸으로 막는 장면이 나온다. 
순간 심장에 박혔던 엘사의 얼음 마법땜에 몸이 고대로 얼어버리는.
이번 주 집 밖으로 텨나갈 때의 나의 체감온도 상태를 영화화 한 장면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추워도 너무 추운 한파를 겪을 때면, 와 작년에도 이렇게 추웠나? 점점 온난화로 지구가 뜨거워지는데 우리나라 겨울은 아직 이렇게 추울 수밖에 없는 건가? 이번 겨울은 안 춥다며 계속 말해놓고 갑자기 기상 캐스터 언니가 목도리 두르고 나와서 담주에 추우니까 알아서 잘 살아남으라고 말하면 파카 하나밖에 없는 난 어떡하죠.

뭐, 별 생각이 다 지나가고 남은 자리엔 그래도 겨울이니 이 정도 추워야겠지. 의 받아들임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이 뚜렷한 것이 우리나라의 자랑거리라고 초등학교 사회책에서부터 봐 왔다.
자랑거리긴 하지만. 사계절용 옷을 때마다 사야 하고 그 사이에 낀 간절기 옷도 챙겨야 하는 현실은 주머니 사정만 가볍게 할 뿐 이것이 대체 내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단 말이다. 
사계가 있어 좋은 점은 극도로 덥거나 추운 나라를 여행하기 전, 아. 이 정도면 우리나라 몇 월 정도의 날씨겠군. 짐작이 쉬운 것과 
소복소복 내리는 눈을 볼 수 있다는 것과
강렬히 내리쬐는 태양 아래 시원한 코디를 내비쳐야 하니 기필코 다이어트를 수행해야 하는 부담감 정도. 

또 하나 있구나.
사무적으로, 오래간만에, 딱히 떠오르지 않아 당황스러울 때 등 등 말문을 열어주는 역할을 톡톡히 한다.

“오늘 너무 춥죠. 감기 조심하세요.”
“이번 주 한파라네요~ 따뜻하게 여미고 다니세요.”
“너무 추워서 살 수가 없네요. 언제 따뜻한 사케 한 잔 해요.”

이 얼마나 따스한 인간미 넘치는 날씨로 문을 여는 대화인가.
아마 이런 날씨 소재가 없었다면 단도직입적으로 말을 터야 하는 부담감이 있었을지도 몰라. 

“추워서 어쩌누.” 
어제 엄마한테 받은 톡. 

“알아서 잘 다녀라.” 
역시 날씨로 시작하고 날씨로 끝났다. 

날이 춥고 험할 때면 이렇게 무미건조해 보이지만 일상 속에 내가 스쳐갔다는 티를 내주는데,
텍스트 그대로 봐도 별 감동적인 부분은 없다.
난 이 티를 받아야 엄마 생각이 난다. 
우리가 출근하면 집에 혼자 있을 구우가 춥지는 않을까, 친정에 혼자 있는 공주는 잘 있을까 생각은 해도
운전은 조심히 하고 계신가, 또각 구두 신고 어디 미끄러지진 않으셨나, 차 몰고 다닌다고 따뜻한 패딩 하나 없는데 어찌 다니실라나.
어찌 엄마 생각이 먼저 나질 않았다. 
그래서 저렇게 단조롭게 던진 메시지에도 가슴 언저리가 쿡쿡 찔리며 바쁘게 답장을 한다. 

읽씹.
1만 없어졌다.

(알았어, 난 괜찮다. 너네 부부나 몸조심하고 밥 잘 챙겨 먹고 감기 조심해 건강이 최고야.) 

라는 의미로 받아들인지 얼마나 오렌지.

식상해 보이지만 날씨 멘트라도 한 마디씩 날리면서 꽁꽁 얼어버린 공기를 좀 푸는 것도 괜찮겠다. 
한파가 지나가면 이제 곧 봄이 오려나 봐요.라는 간지럽지만 어딘가 모르게 희망적인 인사법이 우릴 기다리고 있다. 

쓰고 보니 사계는 꽤 좋은 장점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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