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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는 흔한 말

2018/01/07

사랑한다. 사랑해. 사랑하는. 
편지나 문자에서는 곧잘 쓰지만 정작 입 밖으로는 잘 꺼내지 못하는 말이다.

얼마 전에 주환이랑 놀다가 나를 보고 활짝 웃는 모습에 얼굴을 꼭 감싸고 사랑해 주환아. 말했다.
근데 순간 내가 이 말을 했었던가. 아닌데 곧잘 했던 것 같은데. 아닌가. 설마 처음 하는 말인가.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주환이를 보면서 생각했다.

모성애.
자식에 대한 엄마의 본능적인 사랑.

나에게도 모성애라는 게 있나 생각한 적이 있었다.
신생아 시절이었나.
너를 내가 돌봐야 하는 존재로 여기는 편이 컸고 내 몸이 힘들어, 내 마음이 힘들어 너를 지그시 바라보며 사랑한다 말할 수 있는 여유가 없었다.
어떻게 엄마란 사람이 그럴 수가 있냐고 뭐라고 하겠지만, 사실이다.
힘들게 낳은 예뻐 죽겠는 내 새끼지만, 열 달을 품는 내내 태명을 부르며 책도 읽어주고 대화도 나누고 뭐든 함께 한 존재이지만.
밖으로 나온 주환이는 나도 처음 만나는 아기였다. 낯설었다. 엄청 귀엽고 예뻤지만 무서웠다. 내가 널 잘못 만져서 다칠까 봐. 능숙해지기엔 너무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 
어떻게 생겼을까 우는 목소리는 어떨까 상상만 하던 중에 만난 주환이를 보자마자 눈물이 났지만 그건 모성애에서 비롯된 걸까, 아니면 내가 애를 낳았다는 감격의 눈물일까. 잘 몰랐다.
하루하루 얼굴도 달라지고 제법 살이 붙어 오르고 행동 하나하나가 달라지는 날들을 지내면서도 이상하게 사랑한다는 말이 튀어나오진 않았다. 
잘 때, 인스타에 사진을 올릴 때, 밖에서 주환이 생각을 할 때 마음속으로는 사랑한다 사랑해 수십 번 되뇌었지만 말이다.

친한 언니가 했던 말이 기억난다.
‘지금 애가 3살인데, 아직도 난 모성애가 뭔지 헛갈릴 때가 많아. 신생아일 땐 남편한테 그랬다니까. 나한테 모성애를 강요하지 말라고.’
이 얘기를 들었을 땐 결혼 전이었고, 공감 포인트가 전혀 없기도 했고. 정말 그냥 흘려들었다. 그렇구나 본인이 낳았지만 저런 감정이 들 수도 있구나. 

그랬던 내가 지금 누군가에게 말하고 있다.
아기를 낳은 첫날부터 난 엄마지만, 그 첫날부터 모성애가 샘솟는 건 아니더라고.
나를 조금씩 지우고 엄마로 채워가는 시간이 필요하듯
조금씩 천천히 눈에 담고 마음에 담아 하루하루 지내다 보면 얼굴만 쳐다봐도 가슴 한편이 저릿한 순간이 오더라고. 

곧 300일을 맞는 주환이를 보며 날마다 얘기한다.
들리게도, 들리지 않게도. 
주환아 사랑해 너무너무.
그리고 이렇게 말할 때마다 눈물이 나려고 한다.

세상 모든 관계가 그렇겠지만. 주환이와 내게도 끈끈해지는 시간이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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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 우리 몬나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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