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질리게 하지 말아줘(SNS 이야기)

2013/05/31

지잉 징. 

Pinterest 주간 맞춤 메일을 확인했다. 용케도 내가 마크한 아이템, 팔로우 한 카테고리와 싱크가 맞는 컨텐츠들이 보기 좋게 날 좀 눌러봐봐 손짓한다. 클릭하지 않을 이유가 없지. ‘모조리 내 관심사’ 바운더리 안에 있는 것들인 걸. 돌아다니다 스칠 법한 고퀄 정보도 손쉽게 받는다. 굿.

페이스북 알림을 받고 접속했다. 친구들의 다양한 반응을 확인하고 뉴스피드 목록을 스캔하며 내려가는 데 ‘내가 좋아하는 것’과 ‘내 친구가 좋아하는 것’, 때때로 ‘모르는 어떤 이가 좋아하는 것’이 뒤섞여 보인다. 난 궁금하지 않은데 그놈의 추천은 끊이질 않고 친구들의 소식으로 가득 찼던 ‘우리들의 뉴스피드’는 광고, 홍보, 기업, 다른 사람들의 소식이 뒤섞여 잇는 ‘너네들의 뉴스피드’가 되어 버렸다. (설정에서 숨기고 바꾸고 제어하면 얼마든지 솎아낼 수 있는 요소들 이지만) 페이스북 초기부터 즐겨 사용하던 나인데 요즘은 급 피로감이 몰려온다.

인스타그램에서 새로운 팔로워가 생겼다며 알림을 보내온다. 사진을 둘러 보니 느낌이 너무 좋다. 그럼 나도 팔로우. 이제 인스타그램 홈에서 이 분의 고퀄 사진들을 만날 수 있다. 근데 날 어떻게 알고 팔로우를 한 거지? 다른 누군가의 취미생활과 관심사가 담긴 사진을 보는 건 즐겁지만 그래도 ‘나와 모르는 사람’이라는 벽 때문에 예전처럼 속속들이 올리던 사진들을 조금 자제하게 된다.

 

SNS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보통 2개 이상의 채널을 주력으로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자신의 성향에 맞는 채널이 따로 있거나 많은 곳에 발 담그다 보면 자연스레 생겨나는 피로감이 큰 이유겠지?
나도 처음엔 페이스북, 트위터, 미투데이, 인스타그램, 핀터레스트, 인터레스트, 구글+, Path 그외 듣보잡들 생겨나는 족족 설치하고 써보고 난 이미송이요 여기저기 흘리고 다녔지만 지금은 다 접고 페이스북, 핀터레스트, 인스타그램을 주로 사용한다. 

사용하는 채널의 컨텐츠 큐레이션 감각 정도에 따라 주력 채널이 갈라지는 건지도 모르겠다. 간단한 혹은 복잡한 설정을 마치면 무수히 쏟아져 나오는 컨텐츠들 중에 개인의 성향과 감성같은 주관적 데이터와 실제 경험한 객관적 데이터를 잘 조합하여 ‘여기 니가 찾는 거 맞지?’ 하고 내어 놓으니 사용자 입장에선 두 번 세 번 손길이 가게 될 테니까.

나도 성향이 맞고 척척 큐레이션 되어 전달되는 점이 좋아 사용한다. 하지만 어쩌다 마주친 사람들과 주거니 받거니 하다 보면 원해서 공개한 개인정보이지만 이거 너무 과했나 싶은 적도 있다. 

실제로 SNS 사용을 중지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조사했을 때 35.2%가 ‘개인정보 노출 우려 때문’으로 제일 높은 수치를 보였었다고 하는데 일정 부분 공감한다. 그 외 이유로 타인의 반응이 부담스러움(19.4%), 감시받는 것 같아(21.3%), 글 올리는데 스트레스 받음(11.1%) 등 SNS 세계에서 누구나 한 번 쯤 겪었을 법한 사유들이 있었다.

위에 잠시 언급했지만 페이스북에 내 친구 아닌 다른 광고, 기업, 듣보잡들 소식이 주구장창 올라올 때 쉽게 ‘좋아요’를 누르지 못하겠다. 안 좋으니까. 이러다 고급정보 큐레이션 했으니 돈 내놔라 유료화 할 까봐 겁난다들. 겁나 빠른 정보 전파속도나 방구석에 앉아서 글로벌한 이야기에 왈가왈부 할 수 있다는 점, 나름 맞춤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는 점의 매력 덕분에 하루 아침에 SNS 채널들이 무너질 일은 없겠지만 몸집이 거대해져 가는 만큼 사용자들의 감성, 행동, 재잘거리는 변화를 놓치지 않고 고민해야 할 것 같다.

메일 하나 확인하고 썰이 길어지긴 했지만, 지하철에 탄 사람 중 90%가 들여다볼 만큼 생활의 큰 핵이 되어 버린 요러한 서비스들을 피로감 없이 즐겁게 사용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더 많이 성장하겠지? 스마트 디바이스와 수반되는 찬란한 기능들이 삶을 덮어가는 이상. 컨텐츠는 사물이 아니라 흐름임을 인지하면 사용하는 사람도 세일즈로 뛰어드는 기업들도 더 가치 있게 만들어갈 수 있을텐데. 초기와 달라진 몇 몇 채널들이 좀 아쉬워서 끄적.  

 

 

 

댓글 쓰기

로그인을 해야 댓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