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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2010/09/07

신경숙 저 

“오늘을 잊지 말자. 내가 그쪽으로 갈까?”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어제의 사랑했던 슬픔을 딛고 오늘과 내일 새벽빛처럼 밝게 다가 올 사랑을 기대하는 누군가의 마음을 두드릴 책.    

강을 가장 잘 건너는 방법은 무엇이겠는가?
… 서로가 서로에게 크리스토프가 되어주는 것이네. … 강을 건너는 사람과 강을 건너게 해 주는 사람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네. 여러분은 불어난 강물을 삿대로 짚고 강을 건네주는 크리스토프이기만 한게 아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세상 전체이며, 창조자들이기도 해. 때로는 크리스토프였다가 때로는 아이이기도 하며 서로가 서로를 강 이편에서 저편으로 실어나르는 존재들이네. 그러니 스스로를 귀하고 소중히 여기게.
– 본문, 강물을 건너는 사람 中 –  

책의 전반부에서, 윤교수의 의미심장한, 앞으로 벌어질 상황들을 미리 풀어주는 크리스토프 이야기가 마음문을 두드렸다.
강을 건너는 사람과 강을 건너게 해 주는 사람. 이 둘의 존재가 어우러질 때 사람이 사람을 어떻게 사랑하는가를 알게 되는 것 같다. 나중엔 내가 그 길에 있지 않아도 그 길이 나와 함께 있었다.      

우리는 숨을 쉰다. 같은 자리에서 변하지 않고 빛나고 있는 무엇이 있다는 것은, 그게 타워여도 든든한 느낌을 주었다. … 서로에 대해 알게 되는 것, 비밀을 공유하는 것이 서로의 관계를 가깝게 해준다고 여겼던 적이 있었다. 혼자만 간직하고 있던, 말로 꺼내기 어려웠던 소중했던 비밀이 다음날 아무렇지도 않은 일이 되어 다른 사람들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고 있는 것을 알았을 때의 상실감. 누군가에게 마음을 털어놓는 일은 가까워지는 게 아니라 가난해지는 일일 뿐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그때 했던 것도 같다. 누군가와 가까워지는 일은 오히려 침묵 속의 공감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 본문, 우리는 숨을 쉰다 中 –  

나부터 독립적이고 당당하길 바란다. 숨김이 없고 비밀이 없으며 비난하지 않는 인간관계를 원한다.
– 갈색노트 6      

“우리는 지금 깊고 어두운 강을 건너는 중입니다. 엄청난 무게가 나를 짓누르고 강물이 목 위로 차올라 가라앉아버리고 싶을 때마다 생각하길 바랍니다. 우리가 짊어진 무게만큼 그만한 무게의 세계를 우리가 발로 딛고 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불행히도 지상의 인간은 가볍게 이 세상의 중력으로부터 해방되어 비상하듯 살 수는 없습니다. 인생은 매순간 우리에게 힘든 결단과 희생을 요구합니다. 산다는 것은 無의 허공을 지나는 것이 아니라, 무게와 부피와 질감을 지닌 실존하는 것들의 관계망을 지나는 것을 의미합니다. 살아 있는 것들이 끝없이 변하는 한 우리의 희망도 사그라들지 않을 것입니다.” … 살아 있으라. 마지막 한 모금의 숨이 남아 있는 그 순간까지 이 세계 속에서 사랑하고 투쟁하고 분노하고 슬퍼하며 살아 있으라.
– 본문, 모르는 사람 백 명을 껴안고 나면 中 –  

그가 공허한 목소리로 어서 세월이 많이 흘러갔으면 좋겠다, 정윤, 하고 말했다. 용서할 수는 없어도 이해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아주 힘센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고.
– 본문, 우리가 불 속에서 中 –    

언젠가 우리에게 생긴 일들을 고통 없이 받아들이는 순간이 올거라고 누군가 말해주길 간절히 바랐던 시간들. … 약속을 하며 이별을 보류했던 우리들. … 사랑과 이별 사이에는 우리가 언젠가 이해해야 할 ‘그 무언가’의 이유와 삶이 녹아내려져 있는 것 같다. 우리가 숨을 쉬는 동안에는 그만큼의 사랑과 이별이 함께 숨을 쉬고, 강을 이 편에서 저 편으로 건너고, 건너게 해 주는 사람이 된다. 살아있는 동안 사랑해야 할 의무가 나에게도 있다. 저자는 처음부터 말한다. “내가 그쪽으로 갈까?” 누군가가 내가 있는 강으로 넘어오길 마냥 기다리는 것이 아닌, 내가 건너 그 사람을 이 편으로 오길 도와주는 능동적 사랑의 마음을 품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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