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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2015/10/05

잘 쓴 글은 어떤 글일까.

한 번 훑었는데도 마음에 여운이 남는 글. 공감이 되는 글이다.
여러 번 읽어야 하는 글은 (심화기사나 논문이 아니고서야) 이해를 하려고 파고드는 게 아니라면 다시 넘겨 볼 엄두가 안난다.

글쓰기 특강은 여러 곳에서 글을 잘 쓰려면 이렇게 해야 한다는 요점들을 논리적으로 보기 쉽고 재미있게 엮은 책이다.
따로 메모를 하며 읽지 않아도 책을 덮으면 기억이 나고.
블로그나 SNS에 글을 던질 때도 한번 더 생각을 하게 한다.

뭐 잘하는 법, 특강 부류의 책을 좋아하진 않지만 이 책은 친한 학교 선배가 친절하고 자세하게 짚어주는 느낌이 들어 머리도 마음도 꽉 찼다.

높고 파아란 가을 하늘처럼.

파란하늘

 

소설이든 시집이든 특히 이런 지침서든, 모든 책에 테이푸를 덕지 덕지 붙이며 보는 습관.
책장에서 우연히 꺼내어 볼 때 요 부분들만 봐도 한 권의 내용이 다시 머릿속에 들어찬다.

유시민의 글쓰기특강

 

말을 하고 글을 쓸 때 단순한 취향 고백과 논증해야 할 주장을 분명하게 구별해야 한다. 이것이 논증의 미학을 구현하는 첫 번째 규칙이다. 블로그, 페이스북, 밴드, 카카오톡, 동호회 게시판, 업무혁신보고회, 학술세미나, 논술 시험, 어떤 매체에 어떤 목적으로 어떤 성격의 글을 쓰든 이 규칙을 지켜야 한다. / 25p

글쓰기의 목적은, 그 장르가 어떠하든, 자신의 내면에 있는 감정이나 생각을 표현해 타인과 교감하는 것이다. 김형수 시인은 아주 어렸을 때 생활 글쓰기로 창작 활동의 첫걸음을 내디덨다. 생활 글에는 논리적 요소와 예술적 요소가 다 있으며 문자를 알기만 하면 누구나 쓸 수 있다. 그러나 남들이 재미나게 읽고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쓰기는 쉽지 않다. 공감을 얻기는 더욱 어렵다. / 53p

자기소개서는 자기 자신, 살아온 이력, 살아갈 계획에 관한 정보의 요약이다. 인생을 요약할 때는 목표를 의식해야 한다. 대학교수는 공부 잘할 사람을 찾는다. 기업의 인사담당자는 회사에 도움될 사람을 뽑는다.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정보는 이력서와 부속서류를 보면 된다. 전공이 무엇이고 성적이 얼마나 좋으며 전문지식과 외국어 실력이 어느 정도이고 자격증은 어떤 게 있는지는 다른 서류에 다 나와 있다. 자기소개서도 그런 정보를 중요하게 다루어야 하지만 그것만으로 채우면 이력서와 차이가 없다. / 72p

주장하는 바를 한 문장으로 요약해서 문자로 옮기면 된다. 블로그에 정치, 영화, 축구에 대한 글을 쓸 때도 첫 문장은 이렇게 쓰는 게 좋다. 정말 하고 싶은 말을 단문으로 일단 내지르는 것이다. 그 이유는 일단 내지르고 난 다음에 차분히 설명하면 된다. 첫 문장 쓰기는 어렵지 않다. 써보지 않았기 대문에 어렵다고 생각할 뿐이다.
 태어나면서부터 잘 쓰는 사람은 없다. 글을 잘 쓰고 싶다면 누구든, 처음에는 민망한 문장을 붙들고 씨름해야 한다. 당장 그만두고 싶은 심정을 이겨내야 한다. / 84p

무엇보다도 자기 머리로 생각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그래야 창의적으로 생각하면서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다. 어린이 영어몰입교육은 우리말로 생각하는 능력을 훼손할 수 있다. 언어는 단순한 말과 글의 집합이 아니다. 언어는 생각을 담는 그릇이다. 말하고 글 쓰는 것뿐만 아니라 생각하는 데에도 언어가 있어야 한다. 모국어를 바르게 쓰지 못하면 깊이 있게 생각하기 어렵다. 생각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글을 제대로 쓸 수 없다. 모국어를 잘하지 못하면 외국어도 잘하기 어렵다. 외국 유학을 하는 경우에도 외국어를 물흐르듯 하면서 모국어가 신통치 않은 것보다는 차라리 그 반대가 낫다. / 108p

친구는 오랜 세월 좋은 일은 함께 즐기고 아픔은 서로 나누며 자주 어울려야 친구다운 친구다. 어떤 책과 친구가 되려면 한 번 읽고 말 것이 아니라 여러 번 읽어야 한다. 시간이 들지만 손으로 베껴 쓰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그런 책 목록을 제안하기에 앞서 우선 세 권을 소개한다. <토지>와 <자유론> 그리고 <코스모스>다. 이 책들은 두세 번이 아니라 열번 정도 읽어보기를 권한다. / 137p

소리 내어 읽어봄으로써 못난 글을 알아보는 방법은 지극히 단순한 원리에 바탕을 두고 있다. 언어는 말과 글이다. 생각과 감정을 소리로 표현하면 말(입말)이 되고 문자로 표현하면 글(글말)이 된다. 말과 글 중에는 말이 먼저다. 말로 해서 좋아야 잘 쓴 글이다. 글을 쓸 때는 이 원리를 잊지 말아야 한다. / 174p

생각과 느낌은 붙잡아 두지 않으면 내 것이 아니다. / 22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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