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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킬 수 있을까?

2015/12/08쌀쌀한 바람도 괜찮았어

내가 즐거워하는 만남 중 하나, 임마숑.
맛 좀 있다는 분위기 좀 깡패라는 집을 섭렵하고 있는 친구들이라 만나서 가는 곳이 어딜까 응응? 설레기도 한 게 이유기도 하지만.
이번엔 깔깔깔 웃기도 진지하게 생각할 수 있기도 한 생산적인 일이 껴 있었다. 

‘2016년 지극히 현실적인 계획 5개+보너스 1개 짜기’ 

그래 뭐. 매년 계획하는 다이어트겠지.라고 생각하면 노노놉.
만나기 며칠 전에 이런 얘길 나눴다면 세상 진지한 새벽 2시에 종이 꺼내놓고 혼자 엄청 고민했을 텐데.
서로 약속 장소에 모이러 오는 길 카톡창에서 던져진 화두다. 
그래서 더 실감나고 현실성이 있다.고 생각하고 싶다.

“근데 조건이 있어, 현실 가능성이 있는 것들이어야 하고. 서로에게 인증할 수 있는 것. 그래서 내년 말에 모두 성공하지 못하면 나머지 둘에게 밥을 사는거야.”
“어어 할래할래.”
“야 그거 재밌겠다.”

만나기 전에 이미 만난것처럼 수다로 장전하고 실물로 모였는데.
펜이라고는 내가 비상용으로 가지고 다니는 거 달랑 1개.
메모지도 없고 카페 카운터에서 종이 좀 달라고 말하기 민망한 우리는 냅킨을 사용한다.
한명이 쓰고 있을 때 생각하고 다 쓰길 기다렸다가 펜을 받고 쓰는 굉장히 비효율적인 것 같으면서도 아날로그 감성이 묻어나는 행위가 왜이렇게 웃긴지.
아무렴 어때. 내용이 중요하지.

서로 주문한 커피 입에 담그고 하나가 준 크리스마스 백설기로 사진 찍어가면서 수다수다 즐거운 계획짜기가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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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참. 겨우 5개인데 난 진도가 안나갔다.
현실적인 것, 도전적인 것, 자기계발성이 무궁한 것 등을 고려하려니. 그리고 한 번 쓰면 지울수 없는 냅킨이라 첨부터 다시 써야 하니. 신중할 수 밖에 없다.
그래도 첫번째 미션은 다들 잘도 써 내려갔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요리 10개 만들기 (레시피 안보고도 만들만한) 
임은, 독서 30권 (한달에 2권)
마는, 2달간 쇼핑금지 

사실 저 중 가장 어려워 보이는 것은 마다.
결혼을 하고 생계에 보탬이 되기는 커녕 나만 안쓰면 돼지고기 먹을 거 소고기 먹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닫지 않고서야, 멋진 미혼인 마에게 저것은 너무나 어려운 과제일 것이다. 음하하. 
그와중에 그림이 너무나 귀엽다. 무려 2달동안 쇼핑을 하지 못한 그림속의 여자는 4월엔 살이 쏙 빠져있다.

IMG_0821

 

각자의 계획인데 서로에게 이건 어떨까 저건 어떨까 묻고 고개를 젓거나 끄덕이고 같이 빵터지는 시간들이 참 훈훈하다.
언제 해봤는지 기억도 안나는 계획세우기라니. 
세워봤자 한 달을 못가고 스스로 괜찮아 다음에 하면 돼지 자기위안을 삼는 느슨한 계획이 아닌. 친구들이 서로 으쌰으쌰 밀어주고 격려해주는 계획들이라 믿음이 가고 자신이 생긴다.

완성하고 모아보니 엄청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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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와서 차남편한테 말하고 보여주니 그냥 웃는다.
그래도 나름 현실성 있게 잘 짰다며 눈과 입은 비웃는 것 같은데 재미있었겠다며 얘기한다. 
그중 하나 관심을 보인 건 여행사진으로 달력을 만드는 것. 
월별로 우리가 갔던 여행지나 좋았던 곳, 공간 들을 달력에 채우면 보는 즐거움이 더 할 것 같다는. 
사실 5번째인 이 계획은 진짜 다른 게 생각나지 않아서 고민했던 건데 후훗. 
다이어트는 당장 하는게 어떠냐며 훈수를 둔 것은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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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내년 연말이 기다려지긴 처음이다.
누가 밥을 사든. 그간 무얼 이뤘고 무얼 실패했는지, 그래도 시도했다는 것에 의미를 실어줄 친구들이 있어 참으로 든든하네 그려. 

햇수로는 16년이지만 그 어느 때보다 임마와 묵직한 기분이 드는 건 나라는 인간이 큰 이유다.
이제 와서 느끼는 거지만 누구를 만나고 대화하고 친밀감을 유지하는 것에 참 서툴고 가끔은 텅텅 빈 마음으로 해왔던 것 같다.
그러고선 예전 같지 않네, 외롭네, 부질없네 스스로 그 시간들을 원망하고 깎아내리고. 
먼저 다가와주지 않으면 덮어버리고 그래 난 혼자인 게 편해 생각하길 여러 번, 묵힌 날들이 여러 해. 
외로움이 제일이라 여겨질 때가 참 길었다.

그냥 같이 웃어줘서 고마운 친구들. 
맛있게 먹고 순수한 뇌로 웃고 진지한 얘기로 끄덕여 주기도 하는.
친구라는 이름으로 많이 보듬어주고 다독거려주고 싶다. 

벌건 대낮에 쓸 내용은 아니다만. 여튼 뭐. 

차남편이 안찍어주는 내사진 찍어줘서 고맙다마. 
하나가 준 백설기는 귀걸이로도 사용할 수 있다.
4장 콤보 두두두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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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가재이. 

 

 

 

댓글 1

  • George2016-04-05 09:51

    참 순수하고 이쁜 친구들이네,, 임님 마님,..그리고 이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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