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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신통화 14분

2015/12/10

만나본 적 없는 친절한 언니의 고갱님 개인정보 팔았으니 내전화 받아랏과 같은 광고전화나 업무전화를 제외하고
연락처에 있는 사람과의 통화, 그것도 착신통화 14분은 참으로 반갑고 놀라울 따름이다.
휴대폰을 생활의 알람과 눈의 피로를 극대화시키는 읽기나 쇼핑 용도로 사용하고 있는 요즘엔 더더욱 신기하고 자랑할 일이지.

사실 무제한 통화가 가능한 요금제를 사용하고 있지만 그것도 차남편과 연애할 때 필요했던 것. 지금은 항시 같이 있으니 전화는커녕 아이메시지나 카톡으로 방에서 방으로 밥 먹자 불 좀 꺼줘 춥지 않니 보일러 ON. 의 대화 정도. 뭐지 방금 살짝 부끄러웠따.
그렇다고 만나서는 모르겠지만 먼저 전화를 걸어 있지 이러쿵 맞지 저러쿵 이야기하는 타입이 아니어서 이 무제한 통화시간도 부담스럽다.

터놓고 나니 참으로 외롭다.
먼저 누군가에게 입을 열어 말을 하는 것도 누군가 나에게 말을 걸어주는 것도 통 하지 않는 삶이라니.
눈과 귀와 터치해야 하는 손가락은 점점 예민해지고 발달하지만
직접 이야기를 하는 쪽은 색을 잃어버리는 것 같다.

어떻게 지내는지 요즘 관심사는 무엇인지 고민은 있는지 잘 먹고 사는지.
껍데기 입은 SNS에서 보이지 않아야 궁금하고 진정 그 사람에 대해서 할 수 있는 ‘안부’가 사라진 것 같아 씁쓸하다.

그런 면에서 목소리로 전해준 고민과 안부는 참 고마웠다.
편입 후 만난 대학에서 진한 시간을 같이 보낸. 지금은 피터지는 다른 분야에서 일을 하는. 승승장구 하는 모습이 보기 좋은 동생.
난 기껏해야 인스타에서나 메시지로 이모티콘을 날렸는데. 흑. 
원하는 바 순조롭게 이루어 내기를 바란다. 다음에 만나면 언니가 따신 밥 살게.
(이놈의 ‘다음에’는 여기서도 쓰는구나. 나란 인간..)

나를 포함해서. 술기운 밤기운 새벽 기운이 아닌 
보통 시간에 전화할 수 있는. 그런 따신 맘과 용기를 가지는 것이 어떨는지.
그런 앱이 나와야 좀 할라나.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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