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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짝 작은집

2015/12/17

고등학교 때 인가, 중곡동 제일시장에서 엄마랑 큰 트리를 샀었다. 
순수한 초록 나무를 사서 지금 생각해도 촌빨 나게 문방구에서 쓸어 온 금줄 은줄 장식품을 둘러놓고 아빠가 전구를 연결해 주는 밤들은 지금 생각해도 따뜻하다.
처음 트리를 산 겨울밤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내가 트리를 손보고 전구를 켜기도 했지만 그다음 해, 다음다음 해가 될수록 귀찮아지더라. 
언젠가부턴 아빠가 창고문을 열어 직접 트리를 꺼내 장식하시고 반짝이는 불을 가만히 지켜보셨다. 흰머리 가득한 뒷모습과 반짝거리는 트리가 겹쳐져서 이상한 기분이 들기도 했고 괜히 설레 보이는 모습에 간질 거리기도 했다.
두 번 이사를 오면서 버렸는지 흘렸는지 본가에서는 흔적을 찾아볼 수 없게 됐고. 있다 하더라도 약해진 아빠가 트리를 들 수나 있으실지 모르겠다. 반짝거리는 트리를 하나 두고 오면 아빠에게 힘이 되어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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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U & Christmas

 

어제 돌돌이를 사러 나갔다가 들어간 다이소에서 여러가지를 쓸어왔다.
집이 작으니 작은 트리를 사고 거기에 어울리는 소품 몇개와 전구, 멀리서 봐야 이쁜 리스도. 다 합쳐도 제일시장에서 샀던 트리보다 싸네.
작년엔 결혼 전에 이사를 하느라 정신없이 12월을 보내서 크리스마스를 기억할만한 것들이 없다. 아. 그날 친정 식구들과 집들이를 했었지. 
이번 크리스마스엔 반짝거리는 작은 트리를 보면서 긴히 소원을 빌어봐야겠다.
하. 근데 벌써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다니. 너무하다. 곧 해가 바뀌고 한 살을 더 먹는다는 소리. 으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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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우 밥통 자리에 트리를 두니 물 먹으러 갈 때마다 헷갈려서 나무에 찔린다.
귀여운 새낑. 아빠가 강제로 앉혀서 장판에 발 들어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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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봐야 이쁜 리스와 하나가 준 백설기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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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저 뱅그르르르 돌아가는 캔들은 가만 보고 있으면 절로 웃음이 난다. 
이날은 차남편 생일 전야제 기념으로 집에 있는 소품들 모두 지원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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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에게 사진을 보냈는데 초등학생 생일상이냐며.ㅋㅋㅋ 
하다보니 죄다 쪼코파티. 저 음료는 무려 칵테일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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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남편님 생일 축하드리옵니다. 
부디 강녕하시어 우리 가족에게 큰 힘이 되어주시옵소서.
생축하고 불끄니 이렇게 100번만 더 같이 하자! 란다. 136세까지 살려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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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우도 아빠 생일축하!
그냥 찍었는데 저런 표정이라니. 반항심 가득한 14살 할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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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짝 작은집. 
내년에는 반짝반짝 큰 집이었으면 조오오오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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