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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의 욕심

2017/01/20맑음

우리 구우는 참 귀엽고 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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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때 구우 모습도 너무너무 궁금한데.
오빠한테 남은 사진이 몇 없어서 진짜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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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야랑 벌써 2년이나 같이 살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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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제일 좋은건 아빠지? 다 알아. 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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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도 아빠 옆에서만 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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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야 옆에서 자면 이렇게 이불도 덮어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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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구우야. 2년 전보다 어째 잠자는 시간이 엄청 늘어난 것 같아.
나이를 무시할 순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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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살면서 예방접종 말고는 병원에 가지도 않던 우리 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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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나가서 나이 물어보는 사람들이 하나같이 정말 건강해보인다, 동안이다 많이 말해주었는데.
사람이든 강아지든 건강을 자신하면 안되는건가봐 구우야. 

작년 11월, 
아직도 누나는 생각해.
우리가 그날 아침에 이사할 집을 보러 나갔다면 어떻게 됐을까.
상상하고 싶지 않지만. 
상상했던 일이 일어났겠지? 
누나랑 아빠는 너무나 큰 자책으로 힘들어했겠지.

다음날 일찍 일어나서 하루 일을 마무리하자고 약속하고 잤는데.
무슨일인지 나도, 오빠도 컨디션이 너무 좋지 않아서 늦잠을 자던 날 구우가 쓰러졌다.
2,3일 전부터 한참 자고 일어나서 약간 비틀거리는 걸 봤지만 잠이 덜 깨서 그런거라고 생각했고 전보다 자는 시간이 더 길어진것도 나이 탓이라고 생각했다.
그날도 우리가 자고있을 땐 혼자 잘 자고 일어나서 응아도 쉬야도 화장실에 잘 하고 다시 자러 들어간 구우였는데,
그 다음 잠을 청하고나선 일어나지도 못하고 응아도 쉬야도 구토도 앉은 자리에서 해결했다.

얼마나 놀랐는지. 게다가 일요일.
다니던 병원은 문을 닫았고, 근처 24시 병원은 좋지 않은 기억때문에 가고싶지 않았고.
얼마 전 미용을 했던 병원이 마침 문을 열어서 이불에 싸안고 달려갔다. 가면서도 토하고 힘들어했던 구우.

정말 다시 보고싶지 않고 생각하고 싶지 않은 사진.
호흡도 힘들어해서 산소를 공급하면서 긴 검사를 받았던 구우. 
며칠 지켜보면서 원인을 알아야한다는 말에 걱정은 됐지만 별일 아닐거라 생각하고 우린 집에 왔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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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가서 본 구우는..
정말 다른 애가 되어있었다. 
살이 어쩜 하루만에 급격히 빠질 수 있는지. 1kg이 줄었고,
인지가 떨어져서 우리를 알아보지도 못하고, 밥과 물이 어디있는지도 모르고, 
시력이 급격히 저하되어 자꾸 머리를 부딪히고, 
두 눈이 흔들리고 다리가 떨려서 누워있는 것 말고는 걷지도 서지도 못했다. 
아. 구우야. 

여러 검사를 해봤지만 나이도 많고 쇠약해진 탓에 MRI를 찍지 못해서 의심이 되는 뇌질환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어려웠다.
의심되는 건 고혈압으로 인한 뇌손상 혹은 갈색세포종.
둘 다 너무나 좋지 않은 질환. 특히 갈색세포종의 치료는 수술뿐인데 마취가 어려운 구우에겐 정말 날벼락같은 이야기다. 
결과적으로 구우의 정확한 진단은 아직도 내리지 못한 상황이지만, 
우선 검사가 가능했던 갈색세포종은 아니었다. 불행 중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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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 오래된 피부 종양제거 수술을 할 때쯤 혈압이 높아서 걱정이라는 말을 들었지만
아직 약을 먹진 않아도 될 것 같다고해서 넘겼는데.
이렇게 무서운 상황이 올 줄 알았으면 한번 더 검사해보고 의심해보고 약을 먹였을텐데. 
일어난 상황을 놓고 되짚어보면 한없는 후회만 몰려올 뿐이다. 

뇌손상으로 인해 일어나는 대표적인 현상은 동공지진, 직립보행 불가, 고개가 한쪽을 돌아가는 것이었다.
구우는 입원 3일만에 스스로 일어날 수 있었지만 왼쪽으로 돌아간 고개와 중심을 잡지 못하는 다리때문에 제대로 걷는게 어려웠다. 
물론 스테로이드 약물과 각종 많은 약 투여로 식욕도 없어져 주사기로 사료를 강제 급식해줘야하는 상황까지 왔다. 
약을 먹어야하는데, 빈속에 먹게되면 구토, 설사.. 너무 힘들기때문에 억지로라도 먹여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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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정도 입원생활을 마치고 두툼한 약봉지와 주의사항을 안고 집으로 데려왔다.
눈도 잘 보이지 않고 보행도 어려운 구우를 위해 우리가 잘 관찰할 수 있는 거실로 침대를 옮겼다. 
혹 일어나다 머리를 부딪힐까봐 아가용 가드 매트를 사서 그 안에서 생활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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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와서 일주일간 밥과의 전쟁, 화장실과의 전쟁이 시작됐다.
주사기로 밥을 주려니 마음이 아픈데 그것마저 소화 못시키고 토하고 설사를 하는 구우.
너무나 대견하게도 화장실을 스스로 찾아가지만 다리에 힘이없어 볼일을 보다 자꾸 주저앉게 되버리니 따라가서 잡아주지 않으면 그야말로 난리가 난다. 
그래서 우린 24시간 2교대로 구우를 돌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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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우리 곁에 있는게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며 하루하루 보내고 있던 날 새벽에.
정말 다시 생각하고 싶지도 않을만큼. 무서운 일이 일어났다.
태어나 살면서 영화에서도 잘 보지 못했을 정도의 진동. 
새벽3시, 갑자기 구우가 발작을 시작했다. 

난 30분 전쯤 자러 들어갔고, 일하면서 구우를 보던 오빠는 샤워를 하고 정리를 하고 있었다.
도통 잠이 안와서 뒤척이고 있는데 오빠가 갑자기 놀란 목소리로 구우를 부른다.
얼마나 다급하고 놀란 목소리였는지 상황을 보지도 않았는데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거실로 나가서 놀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자기 몸을 어떻게 해야할지 우리에게 좀 도와달라는 눈빛만을 보내며 사지를 엄청난 진동으로 떨고있는 구우를 봤다.
눈물도 나지 않았다. 이대로 구우를 보내는건가 싶어 꼭 안고
괜찮아 구우야, 괜찮아, 누나 옆에 있어. 구우야 누나 목소리 들리지? 구우야, 금방 끝나 구우야 괜찮아. 
우린 그날 구우를 보내는 줄 알았다. 

다행히 다니던 병원은 응급으로 돌아가는 시스템이 있어 바로 전화를 받아주셨고 
4분정도 지속된 발작이 끝나고 자기도 너무 놀라서 가쁜 숨을 몰아쉬는 구우를 들쳐안고 뛰었다. 
가자마자 경련주사를 맞고 이런저런 후처치를 하는 구우를 보면서 제발 살아만달라고, 아직은 안갔으면 좋겠다고 욕심을 부렸다.
다온이가 점점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던 때였는데. 너무 울어서 배가 땡기고 아팠지만 눈물이 나는걸 멈출수가 없어서 바닥에 앉아 계속 구우 이름만 불렀다. 

원장님은 아마도 뇌손상으로 인한 발작이 일어난 것 같다며 며칠 경과를 봐야한다고, 상황이 좋지는 않다고 하셨다. 
맡겨놓고 집에 와서 오빠랑 쉽게 잠에 들지 못했다. 
둘이 구우 사진을 보면서 얘기하고 울고 서로 다독여주고. 
뜬눈으로 밤을 새고 아침에 바로 면회를 갔는데, 구우는 얼마전 쓰러질때의 모습보다 더 연약해보였다. 
하루는 잠만 잤고, 하루는 눈을 떠서 물을 먹어줬고, 하루는 또 기진맥진 잠만 자느라 우리를 보지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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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또 며칠을 아침 저녁 면회로만 구우를 보는 날들을 보내고.
우리 마음이 조금 단단해질때쯤 구우가 밥을 먹기 시작했다. 
스스로 밥과 물을 먹고, 고개가 돌아갔지만 잘 걸어다니는 모습을 보니 꿈을 꾸는 것만 같았다. 
이런 꿈이라면 정말 깨고싶지 않을정도로 대견하고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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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다시 집으로 온 구우는 한달간 아주 천천히 회복세를 보이며 잘 견뎌주었다.
첫 눈이 오던 날 병원에 가면서 땅을 걷기도 하고, 밥도 점점 잘 먹어서 살도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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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멍때릴 때 또 어디가 아픈건지 걱정돼 구우야. 
아직도 고개가 왼쪽으로 약간 돌아가있다.
처음에 완전히 꺾였을 때에 비하면 지금은 정상이라고 할 정도로 많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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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기 전엔 상상도 할 수 없는 포즈.
잡아서 앉히면 세상 싫어서 도망가려고 난리를 쳤는데, 지금은 안아주면 애기같이 가만히 얼굴을 기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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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신 못걸을 줄 알았는데 조금씩 조금씩 걷더니 짧은 거리 산책은 거뜬히 끝낸다.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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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생일날 함께한 구우.
아프고 난 지 딱 1달쯤 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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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 걷다 중심을 잃고 넘어지거나 머리를 다칠까봐 온 집안에 매트를 깔았다.
정말 경악을 했을만한 다이소 매트지만 고민의 여지가 없었다.
구우가 제일 중요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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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나가는 날은 아빠품에 안겨서 바람쐬기.
확실히 예전보다 눈빛에 총기가 없어지고 표정도 우울하다. 
그래도 너무 사랑스러워 구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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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나면 좋은기억도 흐려지는데. 
우린 구우에 대한 슬픈기억도 다 지웠나보다. 
아픈 애라고 전혀 생각하지 않고 평범한 하루하루를 감사하며 지냈다.
그러다 며칠 전 또 구우가 이상했다.
약 복용으로 인한 부작용 탓에 다시 기력이 없고 몸을 떨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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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만 지켜보자 하고 자려는데 오빠앞에서 계속 서성인다.
아프면 애기짓하는 것 같아서 귀엽기도 안쓰럽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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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또 입원을 했고, 이번엔 저혈압 증상에 약 부작용. 
수액을 맞고 약을 바꿔가면서 컨디션을 조절했고 이틀만에 퇴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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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온이랑도 다시 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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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내 앞에서 쿨쿨 자는 구우를 보면서 이 글을 남겨야겠다 생각했다.
앞으로 또 얼만큼 병원에 가고 입원을 해야할 지 모르지만
죽을때까지 하루 2번 꼬박 챙겨먹어야 하는 약에 부작용이 없기만을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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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2달간 구우에게 들어간 병원비는 3백만원.
앞으로도 약, 진료비, 입원비 등을 생각하면 이제 시작이다. 
프로젝트 하나 안했다치고 후회없이 구우를 보살펴주자고 했고 지금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원장님은 구우의 경우 최대 2년을 본다고 하신다.
다온이를 가지고 구우에게 매일 20살까지 살아달라고, 다온이랑 같이 놀러가자고 말했었는데.
이대로 관리를 잘 한다고 해도 2년 뒤면 어떻게될지 모르는 앞날을 생각하고싶지 않다. 

제발 집에만 가달라고 빌었던 때를 생각하면 
지금 옆에 있는 구우가 너무 기적같고 대견하고 고맙지만.
이 모든게 우리의 욕심은 아닐까 생각도 든다. 

구우야, 누나가 널 아가때부터 알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좋은시절 함께하지 못한게 너무 아쉽네.
널 15년 키운 아빠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치?
아빠가 너무 힘들어할때 누나가 정신없이 우느라 많이 토닥토닥해주지 못한게 아직도 너무 미안해. 

다온이가 구우를 기억해줬으면 좋겠다는 오빠의 바람이 꼭 이루어지길 바라는 건 욕심일까.
구우야, 누나가 욕심을 좀 부려봐도 괜찮을까? 

오늘도 약먹고 응아하고 쉬야하고 목욕하고 밥먹느라 수고했어.
내일도 우리 평범하게 잘 보내자. 

사랑해 차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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