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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사람

2022/01/28

잘 웃고 잘 대답하고 대화가 끊기지 않도록 적당히 치고 빠지고.
여럿이 있을 땐 사이 사이 추임새를 넣기도 하며 공간의 기복을 만들고.
싫은 사람일지라도 겉으로는 티내지 않고
퇴근길에 속으로 저주를 퍼붓는 식으로 마무리하는.

사회생활 속의 나는 친절한 사람이어야 했다.

누군가를 미워하지만 내가 미움받을 용기는 없는
모두에게 편한 사람, 좋은 사람, 친절한 사람으로 기억되어야 했다.
싫은 소리 듣기 싫어서.

일에선 쪽팔리지 않을 정도로는 잘 해야 하고
관계에서는 어디 끼워넣어도 어울리는 사람이 되야 하고
그렇게 스스로를 갉다 현타가 오기도 하지만
빙빙 돌아 꽂히는 싫은 소리보다는 나 하나 갉는게 편했다.
나만 웃어주면, 이 사람과 저 사람 간의 간극을 좁혀주면, 내가 속한 공간의 분위기는 편안했으니까.

언젠가 누가 그랬다.
미송씨는 참 사람이 좋아요.

사람이 좋다라.

듣고싶은 말이었지만 잠깐 생각이 멈췄다.
남에게 좋은 사람이어서 내게 좋을 건 뭐가 있지.
스스로에게 친절하지 않아 생기는 상처는 누가 책임져주지.
저거 정말 좋다의 사전적 의미로 말한 좋다 맞나.
니는 벨도 없나 이 소리 아닌가.

결이 다른 사람들을 멀리하고
적절치 못한 대화에 소신을 밝히고
기분이 좋지 않은 날에는 웃지 않고
애써 껴안은 일들은 느슨하게 풀어주고

더 이상 회사를 다니지 않게 되면서부터 하게 된 것들이다.

어떤 상황에 여럿의 만약에를 끌어들여 혼자 절절매고 걱정하고
해결되지도 않을 일을 담아두며 일어나지도 않은 걱정을 하고
목소리도 듣기 싫은 사람에게 웃으며 전화하던 내가
그러든지 말든지의 마음가짐을 장착하고 하나씩 변한 것들이다.

그러든지 말든지
나는 계속 내게 친절한 사람이 되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