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왔니?

2022/03/03

내가 코로나라니.

처음 우한 폐렴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확진자 1명 나왔을 때 두려움에 떨며 집에서 뉴스만 돌려보던 때가 생각난다.
오늘 확진자는 20만에 육박.

누구보다 조심했기에 남의 일이라 생각했고
점점 거리를 좁혀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까지 쓸고 갔을 때도
그래 이렇게 조심하니 다행히 지나가는구나 안심했다.

가까운 지인의 확진 소식에 정말 걱정이 되었지만
가벼운 감기 증상이래, 괜찮을거야 라는 들었소 투의 말로 위로할 뿐이었다.

2월 초부터 시작된 주환이의 감기가 심상치 않았고
발작 기침을 동반한 증상이 이어져 pcr 검사도 받아봤지만 음성.
호전되기까지 3주간 집 병원 약국만 다니며 지냈고 거의 나아가고 있었다.

방에 가습기를 틀고 자는데도 목이 까끌거리고 불편했다.
물도 많이 마시고 따뜻한 차를 마셔도 불편함이 가시지 않았다.
그렇게 이틀을 보내고 주환이 병원에 다녀온 날 밤부터 컹컹 소리가 나는 재채기, 콧물, 오한이 왔다.
테라플루를 마시고 자려는데 심한 두통이 있어 열을 재보니 38도.

남편도 자가키트나 한 번 해보라며 별 일 아니라는 듯 얘기했고
나도 그냥 애 감기가 옮았겠거니 생각에 코를 쑤셨는데, 희미한 두줄.

새벽 4시였고, 바로 내 방에 들어가 격리했다.

다음날은 삼일절 이었다.
다행히 근처 병원에서 키트 두줄을 가져가면 무료로 검사를 해준다 하여 10분만에 pcr을 했고
공휴일인 관계로 결과는 모레 나온다고 했다.
천천히 걸어가며 생각했다. 도대체 어디서.. 왜 내가? 아닐거야 감기라도 두줄 나온다잖아. 희미했어.
모른척 하고 싶었지만 그 날부터 증상이 너무 뚜렷했다.

심한 두통, 가래, 코막힘, 찢어질 것 같은 목아픔.

검사 후 3일차인 오늘은 두통 없이 일어났다.
제일 먼저 확인한 문자는 ‘양성’ 통보.
남편과 아이는 오늘 pcr을 받으러 갈 예정이다.

잠복기일 수 있지만 제발 둘 다 음성으로 끝나길 바란다.
다행히 아빠와 있는걸 너무 좋아하는 아들 덕분에 걱정을 덜 하게 됐다.
일도 집에서 할 수 있고..

나한테도 일어날 수 있는 일
남 탓을 하기엔 어디서부터 시작됐는지 알 수 없는 일
‘그래도 증상이 덜 하다더라’ 는 말은 경험한 사람이 해야 하는 것.

감사하게도 정말 증상은 경미하다.
문득 찾아오는 불안과 두려움은 어쩔 수 없지만
내가, 왜, 어째서의 생각은 버렸다.

바람은 누구에게나 머물 수 있고 지나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