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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석진 곳의 풍경

2013/05/06

온다 리쿠 / 권남희 옮김

 

온다 리쿠의 여행 에세이 ‘구석진 곳의 풍경’이다.
이야기하듯 흐르는 그녀의 소설을 좋아한다.

 

온다리쿠 여행 에세이

 

미안하지만 이 에세이는 슬슬 넘겨 봤다.
너무 파고 들면 훌쩍 떠나고 싶어 질까봐. 질투 나서.

유럽, 타이페이, 상하이, 한국, 일본 등 행선지를 주루룩 차례대로 짚지 않고
온다 리쿠의 여정 속에 깃들어 있었던 도시들을 하나씩 꺼내어 이야기해 나간다.

보던 중 묘하게 재미있고 신선한 기분이 들었던  ‘한국’에서의 일상을 담은 부분.
특히 여기 저기서 나는 ‘김치’ 냄새에 대해 늘어 놓은 부분에선 순간적으로 내가 내몸을 킁킁 맡아 보기도 했다.
난 일본에서는 간장, 와사비 같은 오묘한 냄새가 어딜 가나 틈새에서 나는 것 같더만,
다른 나라 사람은 그 오묘한 냄새의 존재가 김치구나. 타지의 향이 오묘해도 코 찡긋 거리지 말아야 겠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해외로 나가 그곳의 풍경과 사는 모습, 사람들을 묘사하며 생기발랄하게 그려 내는 이야기는 많이 봤지만
다른 나라 사람이 써 내려간 한국 여행기는 잘 못봤던 것 같다.
온다 리쿠가 느낀 한국 여기 저기의 모습을 읽고 있으려니 내가 일본에서 느꼈던 감정과 별반 다르지 않다.

 

 

  부산에 도착했을 때부터 거리에는 발효 식품인 김치 냄새가 가득했다. 어디를 가도 이 냄새는 사라지지 않았다.
버스터미널에 가도 호텔에 들어가도 거리를 걸어도. 역시 김치는 한국인의 신체의 일부분이자 한국에서 일어나는 생산활동의 향기임을 깨달았다.
매일 먹다보니 기분 탓일까, 둘째 날이 되자 대변 색이 변한 것 같았고, 내 몸까지 김치 같아진 느낌이 들었다.

늘 생각하지만, 한국 요리는 가위를 사용하는 점이 재미있다. 
어딜가도 주문한 음식 외에 김치와 나물 같은 반찬이 가득 나오고 야채 종류도 풍부한 데다 정말 맛있다. 
식재료의 뛰어난 질은 산에 가져갈 식료품을 샀던 슈퍼마켓에서도 느꼈는데, 한국은 어딜 가나 음식 맛이 뛰어나다. 
나이를 먹을수록 음식이 맛있는 나라가 고맙다.

 고속버스에서 보는 차창 밖 풍경은 언뜻 보기에는 일본과 다르지 않다.

서울 고속버스 터미널 

지진이 많은 일본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연필처럼 좁고 길쭉한 고층 아파트가 즐비하게 늘어선 풍경은 압권이다.
선거 캠페인이 흥미로웠다. 마침 지방 선거일이 가까워져서 길거리에 각 후보자의 지지자가 돌아다니고 있었다.
선거에 불타오르는 나라답게 유니폼을 맞춰 입고 노래하며 춤추는 모습이 정말 신선했다. 역시 직접적으로 호소하는 플러스 커뮤니케이션이다.

– 서울의 풍경 –

 

어제부터 신경이 쓰였는데, 여성들이 모두 완벽하게 화장을 하고 있었다.
나는 땀으로 지워질 테니 처음부터 선크림 정도만 발랐는데, 신기하다. 왜 지워지지 않을까? 워터프루프를 사용하는 걸까?

– 설악산을 오르다. –

 

 

 여행하는 곳의 문화, 거리, 사람, 음식, 느낌은 과연
값 나가는 비행기 타고 올법한 살아 내는 데의 재산임을 또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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