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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

2013/06/07

요시모토 바나나 / 김난주 옮김

 

키친

 

요시모토 바나나의 ‘상처 깁기’ 중 대표작인 키친.

지금은 없는, 너무나도 소중했던 사람들의 부재에 관한 주인공들의 감정을 담담하게 풀어나간다.

할머니와 나, 유이치와 엄마가 되어버린 아빠.
둘 뿐 이었던 세상에서 하나가 되어 버린 기분은 슬프다는 감정을 느끼지도 못할 정도로 허무하고 아프다.
공통의 슬픔을 안고 유일한 마음의 안식이 되어 주는 부엌에서 밥을 먹고 함께 하며 지내는 날들.
부엌에서 얻는 위안이라기 보다, 그 안에 함께 있는 위로의 존재 유이치가 살아갈 수 있는 끈이었을 지도 모르겠다.

 

사람들은 모두, 여러 가지 길이 있고,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선택하는 순간을 꿈꾼다고 말하는 편이 정확할지도 모르겠다. 나 역시 그랬다. 그러나 지금 알았다. 말로서 분명하게 알았다. 길은 항상 정해져 있다. 그러나 결코 운명론적인 의미는 아니다. 나날의 호흡이, 눈길이, 반복되는 하루하루가 자연히 정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사람에 따라서는 이렇게, 정신을 차리니 마치 당연한 일이듯 낯선 땅 낯선 여관의 지붕 물구덩이 속에서 한겨울에, 돈까스 덮밥과 함께 밤하늘을 올려다보지 않을 수 없게 된다. 
– 아아, 달이 너무 예쁘다.
나는 일어나 유이치의 창 방문을 노크하였다.

 

가슴이 먹먹해지기도,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을 생각하게 한다.
무채색인 감정에 색이 더해져 너무나 소중한 색감으로 여운이 남는다.

살면서 겪는 여러가지 상처들을 어떻게 치유하는지?
행복한 환상처럼 그 상처들을 소리 없이 감싸 안는 따스한 만남들에서 대부분 답을 찾아가지 않을까. 언젠가는 모두와 이별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도 해야겠지. 
행복은 멀리에 있지 않다. 
부엌과 소중한 사람들만 곁에 있다면. 

 

전체댓글수 2

  • 덕순강아지2013-07-03, 09:37

    좀 시간이 흘렀지만 암리타라는 작품을 봤는데; 너무 좋았네요
    미쿡에 있는 조카에게 가지고 있는 책을 선물해 준적이 있는데
    아주 좋아라 하더군요…

    그냥) 댓글 달다 눈이 흘러내릴뻔했어요 너무 작게 나와서 ㅠ

    • 숑숑2013-07-04, 00:52

      암리타 좋죠, 이 또한 지나가리라 메시지를 강하게 받은 책이기도 해요.
      근데 정말 글자가 너무 작네요;
      다음번에 코멘트 하실 땐 커져 있을 거에요 ㅎㅎㅎ 말씀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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