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특별한 가족, 교육, 그리고 자유의 이야기
오랜만에 두꺼운 책을 보려니 괜히 부담이 되어 저쪽에 밀어놓았는데
언젠가 새벽에 잠이 깬 날 첫 장을 훑다가 밤새 반 이상을 읽었다.
‘열여섯 살까지 학교에 가본 적 없던 소녀가 케임브리지 박사가 되기까지’
책 뒤에 있는 이 한 문장이 타라의 인생을 대변하기는 너무 간결했다.
읽다 계속 책날개의 저자 프로필을 본 이유는
나와 2살 차이밖에 나지 않은 나이, 아무리 사는 곳이 다르더라도 나와 비슷한 시대를 살았을 거라고 생각했던 내 눈을 의심하게 한 내용들 때문이었다.
타라는 가족이라는 울타리, 아버지라는 기준이 있었기에 새로운 환경과 배움을 좇아 세상에 나왔을 때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지금까지 알고 따라왔던 신념과 행동이 조금 특별했다는 것을 깨우쳤을 때도 이전의 것을 버리기보다 한번 더 의심했다.
무섭도록 빠른 속도로 배움을 갈구하고 습득하며 자존감을 찾아가고 있을 때에도 그랬다.
지금 내가 가진 언어를 그때는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한 가지 사실은 이해하고 있었다. 과거에는 깜둥이라고 수없이 불리고, 수없이 웃어넘길 수 있었지만 이제는 웃을 수 없게 됐다는 것. 그 단어와 그 단어를 사용하는 숀 오빠의 태도는 달라지지 않았다. 달라진 것은 오직 그 단어를 듣는 내 귀뿐이었다. 내 귀는 그 안에 담긴 농담을 더 이상 들을 수가 없었다. 내 귀에 들린 것은 시간을 관통해서 울리는 신호음이자 호소였고, 나는 거기에 점점 더 강해지는 확신으로 응답했다. 이제 다시는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갈등에 내가 꼭두각시로 이용되도록 두고 보지 않을 것이다. – 288p / 아버지들의 합창
브리검 영으로 돌아가든, 산에 있는 집으로 돌아가든 그 본질은 변하지 않을 거에요. 다른 사람이 학생을 보는 뭄은 변할지 모르고, 학생이 자신을 보는 눈도 변할지 모르지만. 어차피 순금도 빛에 따라서는 덜 빛나 보일 때도 있으니까. 하지만 빛이 덜 난다면 그게 허상인 거에요. 지금까지 항상 그랬어요. – 379p / 피그말리온
아버지의 얼굴에 새겨진 그 표정. 사랑과 두려움과 상실의 표정. 나는 아버지가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알고 있었다. – 392p / 졸업
나의 신념, 나의 언어, 나의 이야기는 이제 없지만 서랍에 넣어 두었을 뿐 버리지 않았다.
배움 이전의 삶에도 특별한 배움이 있었고 그것이 맞든 틀리든 이상하든 신기하든 지금의 타라를 있게 해 주었기 때문이다.
배움의 발견은 단순한 학문적 습득을 떠나 인생이라는 굽이진 길을 현명하게 살아갈 수 있게 하였고 이는 분명 타라의 가족, 주변 사람에게도 큰 영향력을 줄 것이다.
소설이 아닌 것에 다시 한번 놀라며,
참 잘 읽었습니다. 로 끝내기엔 계속 여운이 남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