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만이와 정용이.
정용이와 진만이.
뻘하게 웃긴 두 친구가 처음엔 한심스럽고 정스러웠다.
그저 그런 지방대를 같이 다니고
사람구경 하기 힘든 광역시 변두리 지방에서 같이 자취를 하고
눈길을 끌지 않는 회색의 존재감으로 어둠과 밝음의 구분이 없는 알바 인생을 살고
그저 그런 하루 하루를 비슷하게 살아가는 두 친구.
막역함으로 함께 한다기보단 그냥 옆에 없으면 허전하니까, 그냥 늘 옆에 있었으니까. 얘도 나처럼 별 볼일 없으니까의 애쓰지 않는 우정.
알바를 하면 시급을 올려 받았으면 좋겠고
면접을 본다 하니 좀 붙었으면 좋겠고
이제 회사를 다닌다 하니 좋은 선배 만나서 적응 잘했으면 좋겠는데
늘 그 자리로 돌아온다.
점점 짠하고
점점 서글프고
점점 마음이 쪼그라드는 인생을 산다.
지방에 사는 돈 없는 부모가 술에 취해 아이를 낳고
그 아이가 커서 지방에서 그저 그런 삶을 살다 술에 취해 아이를 낳고.
여긴 왜 이렇게 사람이 없냐고,
말하고 들어줄 사람이 왜 이렇게 없어서
늘 술에 이야기해야 하냐고 주정하는 후배의 말에 정용은 해 줄 말이 없다.
제대로 된 말을 뱉을 줄 아는 분별력이 있고
뻘한 상황에 썽 낼 수 있는 용기가 있고
눈감지 않는 정의를 품고 있는데.
젊음의 색이 없다.
정용과 진만의 에피 하나하나가 모두 주옥같고
주변 인물들의 짠함 또한 토너먼트 대결 같고
읽다 정신 차리면 눈앞이 뿌예지다가
한심스러워 책을 덮기도 하다가
마지막은 까닭 없이 서글퍼지는 그런 책이다.
그냥 모두가 봐주었으면 하는
진만이와 정용이의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