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요미, 귀요미 좋아하네.
그건 우리 이쁜 조카 수아에게 해당하는 공식.
30문턱 갓 넘은 고모에게 일더하기 일은 스트레스, 만성피로, 애증이다.
일 빼기 일을 만날 순 없을까. 이 시기만 되면 고민에 고민이다.
매년 4월은 곤난의 시기.
몸이 크게 아프거나, 일이 몰려 원더우먼을 빙의하며 온 세상을 구할 것 같은 좀비로 산다거나,
나의 길이 맞는 것인가 나는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하는 것인가 자고 나면 잊을만한 존재성에 대한 고민에 빠져 산다거나.
올 해 4월도 역시, 여지껏 몰아친 일을 쳐내느라 초입부터 몸이 말썽이다.
이제 나이도 있는데…보약이라도 한 첩 먹어야 하나 구구구구…
사회 첫 발을 디딘 지 50개월 째.
50개월 동안 5개의 회사를 다녔다. (다니고 있다.)
짧게는 8개월, 길게는 16개월.
메뚜기도 아니고 어쩜 회사를 이렇게 다녔나 스스로도 어이없고 신기하다.
사실상 두번째 직장부터 소개 연줄이었으니 남들이 말하는 취업난을 겪지 않고 물가상승에 맞추어 연봉상승하며 일 한 것도 복중의 복이라 해야할 듯.
또 다행인 건 일의 직종과 분야는 WEB이라는 한 줄기로 공통이고,
한 밥상에 크고 작은 여러 분야의 서비스와 프로젝트를 참여했고, 다 했고, 뒷짐지고 구경하기도 했다는 것.
50개월의 기간동안 직접적으로 같이 일을 하며 거쳐간 사람만 해도 500명이 넘는다.
일터엔 ‘나쁜놈, 이상한놈, 착하고 이상한놈, 어쩌다 좋은분’만 있다는 현실을 알았고,
나쁘고 이상한놈 중의 이상한놈들과 뒤섞여 오만 맘고생하며 한 사회생활 of the 사회생활을 겪었다.
그래도 어쩌다 좋은분들을 만나 지금까지 많은 도움 받으며 인생의 난이 올 때마다 힐링힐링 하고 있다.
중고대딩때의 친분과는 달리 사회에서 만난 친구, 선배들은 뭔가 피끓는 동지애가 있다고나 할까..-_-..전우애가 싹트는 만남이라 찐하다.
면접을 볼 때마다 받은 단골 질문은,
“왜 이렇게 이직이 잦았죠?”
“우리 회사에서도 1년만 일하고 나갈 건가요?”
그럴 때마다 잘 보이고 싶은 마음도, 아 이번에도 이 질문이구나 긴장긴장 하지도 않고
그냥 있는 그대로 말한다.
“(속한 부서가 없어지거나, 회사가 없어지거나, 몇 개월 째 회사의 옷걸이가 되어 간다거나, 사장이 사람들을 대거 짜르거나, 영업을 하라며 꼬득이거나 한다는 이유로 계속 일을 할 수 없게 되었다.)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곳에 소속되고 싶다.” 고. 오글능글거리지만 있는 그대로 말했다고 뭐라고 하는 곳도, 어택 들어오는 곳도, 날 뽑지 않은 곳도 없었다. 살면서 진정으로 두려워해야 하는 건 하기 싫은 일을 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게 아니라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하는 거다. 난 내가 하는 일이 질리고 싫어지는게 무섭다.
소속된 환경이 변해가고 없어지고 벼랑 끝으로 몰릴 때 마다 같이 몰리지 않고 지금 스텝의 나를 더 끌어올릴 수 있는 곳을 찾았고, 다시 일했다. 많은 사람들이 날 보고 걱정한다. 그렇게 이직이 잦아서야 되겠냐며 끈기가 없다고도 하고, 한 직장에 적어도 3년은 있어야 하지 않냐며, 어디서부터 생겨났는지 모를 사회공식들을 들이민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다 맞는 말도 아닌 것 같다.
소속된 곳을 불평하며 하루하루 하루살이로 불만투성이를 늘어 놓는 것 보다,
못해도 3년 이라는 예전 평생직장 시절 이직공식 때문에 휘둘려가며 일하는 것 보다,
스스로 아니다 싶으면 충분한 고민 끝에 맞는 곳을 찾아 부딪히고 일해보고 굴러보는 게 경력에도, 자기계발에도 백배는 좋다. 물론 뒤따르는 수고와 불투명해질지 모르는 미래도 짊어져야 한다. 모든 선택에는 그 크기 만큼의 책임이 뒤따르니까.
잦은 이직경력이 싫다고 내젓는 회사와는 연이 닿지 않겠지만,
많은 면접관들을 만난 경험상 그리 나쁜 인상으로 받아들이진 않는다.
남들이 보는 단점을 어떻게 장점으로 PR 할 지는 평소에 기본으로 늘 고민하며 살아야 스스로 떳떳할 수 있다. 자기최면.
뭐 이렇게 안좋은 점들을 자기자랑처럼 늘어놨지만 이젠 한 곳에 눌러 앉아 진득허니 일하고 싶다.
이 일이 내가 원하는 일인지, 적성에 맞는 건지, 다른 곳으로 눈을 돌려보는 건 어떨지 늘 고민이지만
삶의 즐길거리를 늘어놓는 것 중 하나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아주 일부가 되기도 하니, 아직은 일 할 때인 것 같다.
사람이 자기가 하는 일에서 행복을 얻기 위해서는 그 일을 좋아하고,
그 일을 지나치게 해서는 안 되며,
그 일이 성공하리라는 생각을 품고 있어야 한다는 세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존러스킨-
그치만 요즘은 나이를 실감…하..고 있어…
조금만 야근해도 몸이 뽀사질 것 같음. ㅠ_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