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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틈

2014/08/28

생각의 틈은 얼마나 좁을라나.

요즘같이 생각이 없는 시간에 비집고 들어가기엔 더 바늘구멍일텐데.
멍 때리는 시간이 많을수록 살아있는 기분이 드는 것 같다. 물론 유익한 멍이어야 겠지만.
눈은 모니터를 휴대폰을 아이패드를 TV를 따라가느라 바쁘고,
손은 키보드를 마우스를 휴대폰액정을 쫓아 댕긴다고 쉴 새 없고,
손과 머리가 따로 놀면 천재겠지만 보고 만지는 것에 정신을 빼앗기고 멍도 숨을 거둔다.

전엔 하루에 한두번씩 ‘아, 지금 이걸 블로그에 써야겠다.’ 생각이 자주 들었는데,
지금은 두세번씩 ‘이따 뭐먹지.’

그래, 먹고사는 문제 너무나 중요하지. 살과 근육의 경계를 비계로 채우느라 마음과 뇌에 들어찼던 생각들이 녹이 슨다.

녹물이 뚝뚝 떨어져 다 비워내져 버리면 난 기계가 되는건가?

갈수록 나의 견해, 너의 의견이 단순화되고 
140자 이상으로 표현하기가 버거워진다. 

생각에 좋아요를 얻기 위해 생각과 표현을 하는 건지,
생각이 많이 퍼다 날라지길 바라는 마음에 손이 먼저 움직이는 건지. 
다들 생각할 틈 없이 움직여지고 있는 것 같다.

출근길 지하철 고맙게도 갑자기 머리가 띠용 하는 바람에 들고 있던 휴대폰을 가방에 넣고 멍하니 앞을 봤다.
다들 작은 세계에 빠져 머리가 무거워지고 몸은 움추러드는 바람에 내가 커보인다.
그리고 회사에 가는 17분동안 많은 생각을 했다. 

난 요즘 무슨 생각을 하고 사나. 하는 생각.

값진 수확은 틈 속에 있기 마련이다.

 

뜬금포 진토닉과 아이들 풍경. 포쓰 동생들과 이런저런 얘기하던 밤이 생각나는구만.

진토닉_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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