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름 역세권이여서 어화둥둥 환한 간판불 등대 삼아 어그적 5분 남짓이면 걸어오는 역에서 집까지의 거리가,
늦게 퇴근하는 딸 걱정에 역 앞에 서서 기다리다 같이 걸어가는 아빠와의 시간은 왜그렇게 길고 아련하고 무겁게 느껴지는지.
까끌까끌한 수염을 얼굴에 부벼도 좋다고 웃던 때가 언제였던지.
머리 크고 등빨 넓어진만큼 아빠와의 거리는 멀어진 것 같다.
한날은 아빠와 같이 집에 들어오는 길에 스스로에게 화가 나서 머리가 터질뻔 한 날이 있다.
여느때와 같이 지하철 개찰구에 띠딕을 찍고 올라오는데 얄쌍한 아빠 뒷모습이 보이더라. 갖고싶다 아빠다리!!
늦은 시간도 아닌데 힘들게 왜 마중나왔냐며 눈찌릿 함 던져주고 집얘기 회사얘기 공주얘기 떠들면서 언덕배기를 오르는데 뭔가 등이 서늘했다.
아빠 어디갔지?
천식이 심한터라 언덕이나 계단을 조금만 올라도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울아빠.
그런건 꼭 빼다박게 똑같은 나한테 항상 미안하다 하시는 아빠를 쳐다보지도 않고 나혼자 겁나 씩씩하게 언덕을 오르며 말을 하고 있었다.
아빠는 입술이 파랗게 질려서 이미 안드로메다에 영혼이 있는듯 저만치 떨어진 곳에서 괜히 먼 산 보는 척 허리를 펴고 발길을 주춤거린다.
화가 난다.
어쩜 이렇게 다정하지 못할까.
알지도 못하는 고객 전화는 없는 코웃음 다 꺼내 치면서 왜이리 쌀쌀맞을까.
항상 그래도 된다고 생각할까.
나는. 아빠를 말이다.
결국 그 날 이후로 쌕쌕 기침은 더 심해져서, 12시가 넘건 새벽 1시가 넘건 아빤 날 마중나오지 못한다.
등빨만 컸지 큰만큼 더 생각하지 못한다.
이제 결혼하면 우리딸 얼굴 잘 못보니까 마중나온다는 말을 들으면 싫다.
건강하게 웃고만 계셔줘도 마음이 좋을 것 같다.
앞서 가서 미안해,
다정하게 크지 못해서도 미안해.
그냥, 아빠는 늘 그 자리에 계셔줘야 한다고 생각해서 미안해.
감성돋네 울아빠덕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