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길다.
한 달정도 정상 패턴을 가진 사람들이 일어나는 시간에 자고 조용하고 조용한 새벽에 활동을 했던지라 가을 하늘 이대로 날려버릴 뻔 하다가.
정말 날씨가 좋았던 날.
그때도 아침까지 밤을 새웠던 날인데 둘이 이대로 잘 순 없다며 살방살방 나갔다.
그 날 이후로 난 아침형 인간이 되어 6시면 눈이 떠지고 9시면 종이인형처럼 나가 떨어진다.
몇 일 밤을 새고 나갔던 날.
정말 선물같이 좋은 날씨가 펼쳐졌던 완연한 가을이었다.
집에서 버스타고 헤드뱅뱅 미친듯이 졸고 나니 종로에 도착했다.
서울, 부산 촌놈 북촌 한번도 안가봤으니 함 가보까.
골목 살살 걷다 보니 나즈막한 상가들이 귀엽게 늘어서 있고
으흐음 좀 즐기려니 여기저기 중국말 들려오고
자네들 명동으로 옮겨 갈 생각 없나.
수요미식회에 나왔던 풍년쌀상회가 보여서 떡 1 식혜 1 시켜서 와아오앙.
으음 이건 쌀떡볶이.
으음 저건 식혜.
난 그냥 이제 떡볶이는 차서방이 해주는게 젤 맛있어. ㅋㅋㅋ
야무지게 먹어야지이이이.
골목골목 걷고 걷다 고개를 홱 제끼니 나무가 우거진 카페가 있네.
산림 좋아하는 둘이 쫑쫑쫑 들어가 가을바람 즐겼다.
중국 사람도 즐겼다.
많구나.
좋다.
평일 대낮에 이런 여유라니.
대장님 전쟁 중이세요?
사랑합니다.
허브에 꽂혀있는 말을 읽었을뿐.
사진 찍어달라고 아우성치니 몇 장 때려준다.
오빠의 특기.
길어보이게 말라보이게 작아보이게 이런거 없음. 그냥 나로 나옴.
인스타그램좀 시켜야겠어..
증명사진st.
순간포착st.
두꺼비집st.
한 20장 찍다보면 어쩌다 나오는st.
핑크돼지st.
이날은 상암에 공모전 세미나 들으러.
사실 나영석PD님 보러.
ㅋㅋㅋㅋㅋ
시간 맞춰 갔는데도 사람이 꽉 차서 맨 뒤에 앉았다.
좁지도 않고 나PD님 코앞에서 보고 좋아찌.
쿵짝
필릴리 흘러가는 내용 듣고 나오니 참 건물들이 으리으리 하다.
상암에 3개월 내내 미팅하러 다녔었는데 놀러 나오니 주변이 보입디다.
사진찍어죵.
옛다.
좀 길어보이게 찍어줘!
옛다!
아직 4시.
조용한 정원같은 카페에 가고 싶었는데 근처엔 찾아봐도 없..
홍대로 넘어가 언덕을 오르고 간판을 구경하고 카페인이 떨어질 때 쯤 예쁜 플라워 카페 발견.
테이블마다 있던 꽃도 예뻤고
분위기도
건너편 아가씨들도 ㅋㅋㅋ 예뻤다.
이런 저런 이야기 하다 8시가 될 때 쯤
너무 졸려서 구름위를 걷는 기분이었다.
아, 가을아.
너무 빨리 지나가지 말아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