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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 놀이

2015/11/04

즐거운 대화에 목이 칼칼하도록 에너지를 쏟고 가벼운 마음 안고 집에 가는 길
내 머릿속엔 온통 들어가기 전에 쓰레기봉투 인상 스티커 꼭 사야지. 잊지 말자. 잊지 말자. 
하. 쓰레기봉투 스티커라니.. 
결국 잊지 말자의 흥얼거림이 무색할 정도로 새까맣게 잊고 엘레베이터를 탄 후 아차차차 싶어 다시 나갔다 왔드아.

차남편이 보면 콧방귀를 끼다 진짜 빵구가 나올 정도로 웃기겠지만.
나도 주부다!

집에 있으면 눈에 보이는 모든 게 내 일 같고
밖에 있으면 눈에 안 보이는 집이 떠오르고 
그런 날 보며 차남편은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집안일에 집착하지 말고 일을 더 하라고 하겠지만.
그래서 전업 주부는 안 시킬테니 돈 많이 벌어오라고 꿀 섞인 이야기를 하겠지만.
그 주부놀이 얼마나 가는지 보자고 웃겠지만.

우리 가족이 사는 공간을 청결하게 유지하고 
항상 마주하는 곳에 머무는 시선이 조금이라도 편안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집안일에 열을 쏟는 것도 중요하다고 본다.
해도 평타 안하면 더러운 건 억울할 때가 있지만. 
그래서 차남편에게 맡기면 난 따라다니면서 입으로 같이 청소하느라 더 바쁘다. 잔소리랩스타 시즌 10.

생각해보니 결혼하기 전에도 집안 구석구석은 아니지만 내 방은 항상 쓸고 닦고 정리하고 유난이었다. 내 구역 ㅋㅋ 
침대보, 이불보 쪽은 항상 아빠가 정리해줬지만.
그래서 지금도 이불 및 모든 먼지나는 쪽은 오빠 담당.
화장실 청소도 오빠 꺼
요리도 (자진해서) 오빠 꺼
구우 목욕도 오빠 꺼
걸레로 닦는 것도 오빠 꺼
(정전기 포로 닦기, 바닥 위에 있는 먼지 닦기는 다 내꺼. 생각해보니 이 먼지들은 왜 내꺼야. 나 천식 있는 여잔데.)
뭐 요리조리 따져보면 누가 더 하네마네 할 것 없이 비슷한 비중인 것 같네.

만일 둘이 맞벌이를 하지 않았다면 집안일은 온니 나의 몫이 되었을까?
아냐. 난 그래도 같이 해야 한다며 엑셀에 항목 정리해두고 각자의 역할을 정했겠지?
그러다 일하고 지친 모습으로 돌아온 남편에게 차마 맡길 수 없어 시간이 지남과 비례하여 집안일 스펙은 점점 높아져만 갔겠지?
일단은 이런 고민을 하지 않아도 괜찮은 지금이 편하긴 하다.

역시, 무언가에 집중해야 할 때 항상 정신이 다른 곳으로 새는 건 
시험기간에 방 치우고 책상정리하는 중고대딩 때와 별반 다를 게 없구나.

오늘은 바쁘니까 설거지만 하고 집안일 땡 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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