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은 기분 좋은 얘기부터.
일얘기로 논의할 것도 있고 귀여운 조카도 볼 겸사겸사 아주버님 댁에 가던 날이었다. 이제 막 걷는다는 조카 운동화를 사고 나니. 달큰한 롤케이크를 사 가면 형님이 좋아하겠단 생각에 LADY M에서 세상 맛있어 보이는 거로 하나 포장해서 나왔다.
따땃한 커피에 한 입 하면 참 녹겠다 녹겠어. 절로 상상이 되는 맛에 나도 모르게 아웅 맛있겠네. 감탄해주고 이 쪼그만 게 값은 너무 비싸다며 난 아까워서 못 사 먹겄다 농을 놨더니만. 손잡고 가던 차남편이 버러어어억 하며 날 노려본다.
“뭐라카노! 니 주디가 제일 소중하다!!!!!”
뭐야 이 남자.
감동했어 간만엨ㅋㅋㅋ
여튼 먹는 거 하나는 사명감 있게 챙겨주는 스타일이라 예민하다. 운동 좀 하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지만, 막상 입맛이 없다거나 좀 덜 먹는 모습이 보이면 내 몸무게. 지방에 자기 지분이 있다며 분발하라고 함. 어느 장단에 맞출까 여보..
여튼, 부산 남자라 해서 겁나 무뚝뚝하고 집에서 세 마디만 하는 건 절대 아니지만. 저런 말 한번 던지는 건 진짜 의외여서 저 날 기분 좋게 지냈던 기억이.
잠깐 차남편이 나 지옥 보낸 얘기도 생각났는데.
어제 일하다 새벽 6시에 잤다. 벌써 거실에서 잠든 차남편이 깰까 봐 배가 엄청나게 고픈데도 꾹 참고 냉장고에 있던 두부김치며 요거트며 우유며 커피며 진짜 바들바들 떨면서 참고 배고프다고 인스타에도 찡찡거렸었다.
둘 다 아침에 나갈 일이 있어서 같이 후다닥 준비하고 지하철을 탔는데 마침 오빠가 인스타에 내가 올린 글을 보고 있길래.
나 진짜 배고파 죽는 줄 알아또오. 해뜨만. 정말 말 떨어지기 무섭게 받아치는데 순간 주먹으로 받아칠 뻔한 사연.
“죽지 왜.”
…콱 진짜…
출근길이라 사람들 많았는데 나도 모르게 돌고래 소리 나올 뻔. 히히.
엄청 매력적인 차남편과 살면 천국과 지옥을 왔다리 갔다리 하며 천상의 여행을 할 수 있다.
나중에 딸내미랑 편먹고 나 왕따 시킬거라는데.
그래봐라.
어차피 애들은 크면 엄마만 찾는다. 메에로오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