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보다 살짝 긴장한 상태로 눈을 떴는데 온 집안이 깜깜하다.
아직 새벽인가 싶어 블라인드를 올려보니
세상에. 내리는 눈 말고는 다 어두워.
이미 다 결정된 사안에 도장만 찍으면 되는 단순한 일정이지만 그냥 저냥 걱정스럽기도 들뜨기도 한 상태로 눈보라를 헤집고 나섰다.
운이 좋은 남자의 촉으로 여기까지 왔다고 장난스레 말했지만 누구보다 열심인 차남편에게 앞으로 또 어떤 좋은 일이 기다리고 있을까 기대도 된다.
내가 옆에서 열심히 일하는 게 최고의 내조라고 말해주는 것도 고맙고.
도착해서 앞으로 짧으면 6개월, 길면 1년을 지낼 사무실을 둘러보고 이름 석자 패인 도장을 찍었다.
그다지 진지한 분위기도 아니었고 아직 공사가 한참 진행되어야 할 것 같은 허허벌판에서
담당자들은 내리는 눈 때문인지 여러 사람들을 맞이해야 하는 이유 때문인지 들썩들썩 목소리도 얼굴도 들떠보였다.
아주 잠시, 이런 가벼움에 허무한 기분이 들기도 했지만. 아무렴 어때. 이렇게 또 새롭게 무언가 시작하는걸.
우리 자리로 가서 창문을 보니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눈이 펄펄 쏟아지고 있다.
축하한다. 잘해봐라.
하늘에서 주는 선물같네.
물론 나만 이런 감상에 젖은 건 아니었는지, 오빠도 나오면서 내리는 눈을 보며 씩 웃는다.
기대하고 있는 와중에 들은 말은,
“내리는 눈만큼 우리 서비스 회원수가 들어왔으면 좋겠네.”
…그래 뭐 한 명은 지극히 현실적이 어야지.
덧붙여서 출퇴근에 점심시간도 탄력제로 하고 평가는 엄청 엄격하게 하자며,
자기 월급 얼마 줄 거냐는 말까지.
여보..우리 직원은 당신과 나 둘이에요.
그래도 저렇게 부심있는 마음으로 자기 앞은 꾸준히 탄탄하게 열어가는 오빠가 듬직하다.
눈도 신랑도 선물같았던 하루.
받은 것이 많아 든든하네.
전체댓글수 2
이제와 새삼스레.. 축하해;; 축하 난(란?) 하나 못 보내줬네.. 그려; 그래놓고 친한 친구사이…일년에 한번 보는 사이…티냄
어머. 조지구나! 여기서 보니 더 반갑구만. 축하해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