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보면 학생 때 봄은 항시 시험기간 이었고,
회사에선 가장 바쁜 연초를 마무리하고 새 분기를 시작하는 시기여서 허둥지둥 여유가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학생들은 방학도 있는. 따뜻하게 다 품어줄 것 같은 봄에 그 흔한 벚꽃 한번 마음껏 보지 못하고 벚꽃엔딩을 밟았지.
예쁘고 좋은 것들은 누굴 기다려주지 않는다.
한껏 뽐내며 서 있기만 하면 전국 각지 모든 사람들이 사진도 찍어주고 애정 가득한 눈으로 봐주니 뭔들 아쉽겠나.
한숨 돌리고 나면 내가 널 기다려줄지 알았냐며, 내년에 보자고 쿨하게 떠나버리니 더 아쉽다.
그래, 어차피 내년에 또 올 거잖아. 하며 쉬운 마음 한번 먹지 못하는 나도 참 나다.
사실 거실 창문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4차선 도로 양 쪽에 50미터 정도, 주르륵 벚꽃이 서 있다.
그들도 같은 벚꽃인데, 흐드러진 분홍 강물을 보지 못해서 아쉬운 건지. 봄바람 제대로 맞으며 어디라도 나서자는 다짐은 항상 실패한다.
아직 난 아침저녁으로 추워서 집에서도 양말을 신고 다니는데.
아련한 꽃잎들은 뭐가 그리 바쁜지 하루가 다르게 엔딩을 맞이하고 있다.
그래, 아쉬워야 봄이지.
사실 봄의 주인공은 뭐니 뭐니 해도 황사 아니겠나.
인생도 차고 어두움은 너무나 길게 느껴지고, 따뜻하고 정감 있는 시간들은 아쉽게 스쳐 지나가는 것 같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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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 6:00 봉천역 앞 하늘이 참 발그레 했다.
봄빛 하늘
떨어지면 호랑나비가 되어 버리는 목련
지금 청계천은 알 수 없는 깍두기 선거 홍보물이 차지하고 있다.
반짝 반짝 빛나던.
봄아, 쫌만 더 있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