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집보다 체감으로 2배는 더운 것 같은 우리집.
구우에게 여름대비용 쿨패드를 사 납시었다.
시험삼아 내가 그 위에서 하루 잤는데 어멈머 점점 등이 시원해지면서 온 몸에 청량감이 흐르고 알맞게 푹신한 촉감까지. 이대로라면 구우의 러버공간 신발장보다 더 좋은 느낌을 선사할 수 있음에 틀림없다.
근데 이노무시끼가 쿨패드는 거들떠도 안보고 이 집에서 한번도 엎드리지 않았던 안방에 들어가서 저렇게 자고 있다.
왜그래.. 색이 마음에 안드니?
그 바로 앞에 쿨패드가 이써어..
안그래도 더워 죽겄는데 이불 덮고 자는 아빠 옆에 철썩 붙어서 자질 않나..
구우야 아빠야 니네가 아직 덜 더웠구나.
에어컨 금지 ^^^^^
혼자 두고 출근하면 더운 집에서 시원한 곳을 찾고 찾다 결국 엎어지는 곳이 콤콤한 냄새 풍기는 신발장 앞인 걸 알기에 제발 쿨패드를 사랑해달라 외쳤지만 뭣이 맘에 안드는지 며칠을 방치하고.
신발장 앞이라도 좋다는 거냐. 누나가 화장실 드갔다 나오면 딴데로 가야한다 알겠제.
누나마늘 기다려떠.
궁디가 시원해떠
흑. 그래 구우야 누나가 그냥 누워 잘께.
괜히 사왔구나.
새로운 것에 호기심이라고는 0.1도 보이지 않는 요놈.
그래.. 너만 편하면 됐지 뭐.. 눈은 뒤집지 마 ㅠㅠ
그래서 그냥 내가 티비볼 때 시원허게 등 비비면서 누워있었더니
어, 누나 그건 뭐여 호기심을 보이기 시작.
이래저래 살피고 발 하나 둬 보더니 궁디를 디밀더니 드디어 앉았다. 하하하. 쫌만 있어바 금방 시원해진다니까.
이제 쿨패드 없이는 잠을 자지 않게 되었다..
저 네모 안에 누가 누가 몸 예쁘게 맞추나 대회. 이쁜것.
역시 사람이든 구우든 직접 해봐야 좋은지 나쁜지 알지.
무턱대고 좋다는 거 덥썩 집어도 쓰다보면 독일 수 있고
소신껏 집어온 거 슬슬 쓰다보니 누가 뭐래도 내 꺼 되는 수도 있고.
다른 강아지들은 주인 눈만 보면 나가자고 산책하자고 놀자고 난리인데
우리집 구우는 그저 잠만 잔다.
15살이면 사람 나이로 여든이라 만사가 피곤하고 귀찮은 것인가..
그래도 나가면 콧바람 쐬고 좋아하니 집에만 둘 순 없어!
야심한 새벽 산책.
산책할 때도 잘 안뛰고 슬슬 차분히 걸어다니는데
아니 요것이 집에 와서 씻고 나면 진심으로 미쳐서 날뛰는 개가 된다.
작년에 이 집에 처음 와서 셋이 살 때도 안그랬는데, 몇달 전에 미용하고 피오줌을 쌀 때부터 누가 만지는 것에 대해 극도로 무서워하고 예민한 반응을 보인다. 발을 씻거나 이빨을 닦거나 얼굴에 눈곱을 떼어 주고 나면 이 작은 집을 미친듯이 뛰어다니면서 스트레스를 푼다.
보고 있으면 안타깝고 답답하고 저 순한것이 왜 저렇게 됐나 미안하고. ㅠㅠ.
이번 다가오는 미용은 다른 곳에서 하려고 하는데. 거기서도 그러면 어쩌나 걱정. 그 분들 힘든 것도 그렇지만 흥분하고 날뛸 때 못그러게 하려고 다리나 몸, 얼굴을 너무 세게 잡으면 애가 더 무서워 미치기때문에 진짜 진심 걱정. 걱정이야 구우야 ㅠㅠㅠㅠ
이날도 발씻고 난 후에 벽이며 선풍기며 지가 황소인 마냥 다 부닥치고 뛰어 다니길래 종이로 막았다.
구우야, 그거 니가 발로 툭 밀면 넘어지는 종이야 ㅋㅋㅋ 세상 무거운 벽돌로 가둔 것처럼 절대 건들지도 않고 나오지도 않는 착하고 겁많은 놈ㅠㅠㅠㅠ
저래놓고 다음날 무슨일 있었냐며 일어나라며 방으로 실 걸어온다.
헤헤. 나 쉬해떠 치워줘 헤헤.
하루에 쉬 30번 하는 할배.
누나 너 혼자 뭐머겅?
나 이렇게 귀여운데 뭐 줄 거 없엉?
없어 이눔아.
밥이나 좀 잘 먹어주라. 이쁜 포니 누나가 잘할께.
미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