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박을 무지하게 먹어서인지 새벽에 눈을 번쩍 떴는데.
아직 일하느라 깨어있는 오빠가 너무 반가웠다.
세상에 천둥 번개는 오늘이 마지막인것처럼 우르릉 꽝꽝 난리가 나고 하늘이며 땅이며 공기가 온통 황토색.
오늘 비온다고 했었나?
혼잣말을 하면서 겁쟁이 구우는 어쩌고 있나 봤더만 큰 천둥소리에 한번 깨고는 쿨쿨 잘 잔단다.
비오는 날 궁디만 빼놓고 얼굴 숨기던 우리 구우할배는 어디로 갔는지. 혹시 소리가 안들리는건지..
누워서 황달이 된 하늘을 보고 있자니 지난 1일에 봤던 부산 해운대 풍경이 떠올랐다.
태풍 비바람을 뚫고 오빠 친구 아들 돌잔치에 갔던 날인데 엄청난 바람에 안개에 바다가 어찌나 스산하고 무섭던지..
창에서 보는 풍경이야 좋다만.
저기 높은 산이 안개에 가려 보이지 않아.
그러거나 말거나 진짜 간만에 부산 간다고 신났었지. 앞으로 펼쳐질 장풍 잔치는 상상도 못한 채..
화장은 왜 했고 머리 드라이는 왜 돈주고 했을까 장풍 맞으면서 생각했던 것 같다.
체육인 부부 멋진 부부! 의 아들 준하!
딸내미 조카만 둘이라 아들 아가를 보면 항상 신기하다. 돌인데도 우직함이 뿜어져 나오는 저 모습.
귀신도 때려잡게 생긴 준하 아빠는 생일축하 노래가 끝나고 엄마 대신 펑펑 우셨다는.. 멋졍.
아니 근데 여기 부페 왜케 잘해요? 이날 먹은 음식이 너무 맛있어서 정신을 못차렸었다.
쪼매 쪼매씩 여러번 왔다리 갔다리. 아주 마지막까지 거하게.
진짜 잠만 자고 아침에 서울로 가야해서 가성비를 따져 예약한 토요코인.
다 좋은데 이날 날씨때문에 습도가 엄청 높고 덥기도 덥고.. 에어컨 조절에 실패해서 겁나 부은 편도를 안고 서울로 갔었지..
해운대에 오면 빠질 수 없는 오빠 행님 조우 코스 출발.
매번 맛있는 곳에서 거하게 사주시는데, 이날은 수영 양곱창 골목에서 진짜 신세계를 맛보게 해주셨뜨아.
마늘 팍팍 잡내도 안나고 부들부들 너무나 맛있었엉. 부산에 갈 때마다 먹기로 당첨!
우리가 음식값 내는 건 죽어도 못보시니 ㅠㅠ AVEDA 캔들을 살포시 안겨드렸다.
들어가기 전에 바다 보고 갈까?
세상에 주위를 온통 구름으로 감싸 안은 이 곳은 천국인가 지옥인가.
고층 빌딩들은 둥둥 떠있는 공중도시 같았다.
바..바다야?
거기있니..?
뭣이 바다고 뭣이 하늘이여 겁나 무서워..
그래 이런날 누가 나온다고. 역시 우리밖에 없어 ㅠㅠ
처음으로 바다가 무서웠다.
다음 날.
구름들 자진 퇴장 중.
차주부가 늘 노래를 불렀던 돼지국밥을 드디어 먹고 집으로.
짧고 굵게 진짜 제대로 태풍 체험하고 온 7월 1일.
절대 절대 절대 잊지 못하지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