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고 중대한 일이 한꺼번에 몰려온 시기다.
당장 다음달 중순 이사를 가야 하고,
출산 전 바쁘게 일할 수 있는 규모있는 프로젝트가 계약되었고,
다온이는 점점 존재감을 드러내어 부지런히 움직여야 하는 날들이 많아졌고.
갑자기 구우가 크게 아프다.
정말 심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외적으로 모두 크고 중대한 일들이 아닐 수 없다.
욕심은 한이 없어서 이 모든 일이 순탄하게 흘러가길 바랄 뿐이지만
그 어느하나 방지턱이 없는 것이 없다.
한 톨의 고민 없이도, 나는 상상도 못하는 금액을 조건없이 대출받아 잘먹고 잘사는. 마음고생 발품고생은 커녕 손가락 하나 움직이는 고생도 모를 것 같은 인간들 소식을 뉴스로 보고 있자니 피가 거꾸로 솟고. 나름 정직하고 성실하게 살아온 내 삶이 억울했다.
이 문턱 저 문턱에 걸려 일단 뒤로 후퇴했다가 앞으로 한 발 겨우 내딛는 현실이 미웠다.
그래도 우린 무너지지 말자며 서로를 토닥인다. 이렇게 하나씩 천천히 올리다 보면 높진 않아도, 튼튼해져 있을거라고.
올 가을 단풍은 우리 네 식구 이사갈 집을 알아보는 길에 스쳐 봤다.
얼마전 미팅갈 때만 해도 새파란 하늘에 푸릇한 나뭇잎이였는데.
진한 가을 끝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때엔 하나 둘씩 잘 해결해나가고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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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우야,
우리 구우 편안하게 지낼 집 열심히 알아보고 있어.
힘내서 누나랑 아빠랑 다온이 곁에 있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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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여러모로 큰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