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벌써 12월의 중간지점.
작년 다르고 올해 다른 연말이지만 어째 매년 이런 생각을 하는 것 같다.
이번엔 다른 게 있다면 어서 올해를 보내고 새로운 년을 맞이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는 것.
사무실, 집 정리에 정신없을 줄 알았는데 이런저런 사정이 생겨 이사 계획은 없어졌고
이쯤되면 다온이랑 서방이랑 셋이 편안한 태교여행길에 오를 줄 알았는데 구우를 생각하니 내가 있는 이 집이 여행지다 생각할 뿐 어디 가고싶지가 않다.
올 2월에 다녀온 결혼기념일 여행이 둘이 보낸 마지막 여행이었다니…소사 소사 맙소사다..
그래, 다온이 태어나고 한 2년만 지나면 같이 어디든 갈 수 있을..거..야.. 정신머리 없겠지만.
여러가지 상황들 모두 내가 정하고 생각하고 마음먹은 것들인데도 요즘 하루 하루를 지내다 문득 멍해질때면 아쉬운 마음, 우울함 마음이 한 켠에서 슬슬 자라는 걸 막진 못하겠다.
다온이가 온 지 어느덧 7개월을 맞아 배도 쑥숙 크고 살도 뿡뿡 찌면서 복잡한 마음도 들고. 이러고 멍 때릴 때 다온이가 아주 힘차게 빵빵 차주면 아차! 싶어 얼른 마음을 고쳐 잡는다. 고마워 아들.
예정일이 무슨 요일인지 달력을 찾다가 마지막 장인걸 발견하고 스냅스를 켰다.
귀찮아서 뭘 만들고 자시고 하는 성격은 아닌데, 작년에 재미삼아 사진 달력을 주문해보니 넘기면서 사진 보는 맛이 있어 좋더라.
아니 근데.
올 1월부터 무슨 일이 있었나 사진첩을 뒤지는데 도무지 여행 한 번 다녀온 일 말고는 죄다 먹거나 자는 사진 뿐이다.
우리는 너무나 일상을 살아 왔던 것이지..
중간에 넣을 사진이 없어 포기할까 하다가, 그래 뭐 이런 모습이 우리집이지 하는 생각에 어거지로 맞춰 넣었다.
그 중에 가장 큰 일은 다온이가 우리에게 온 것과 건강했던 구우가 많이 아프고, 지금도 회복되는 중이라는 것.
하루 하루 보내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지만
이렇게 1년을 돌아보면 지나간 하루가 아쉽고 애틋하기만 하다.
내년 달력을 넘기면서 올해를 그리워하겠지.
사랑하는 서방, 다온이, 구우야 우리 2017년엔 더 좋은 일만 있을거야.
기대해보자.
이거 보고나서 서방이 소리지를 것 같다.
내 사진 지워!!!!!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