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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겨 짚기

2020/05/19

너는 애가 책을 그렇게나 읽으면서
엄마 마음 하나 몰라주냐?

 

전혀 개연성 없는 대화 흐름에 받아치질 못하고 침묵했던 것 같다.
그 때 엄마가 무엇 때문에 나한테 그렇게 화를 냈는지 자세히 기억은 나지 않는데
저 말은 아직도 생생하다.

본가에 같이 살 때 내 방엔 늘 책으로 가득했다.
책장이 비좁아서 책상에 올려둔 것도 있고 자기 전에 보는 책을 선별해서 침대 머리맡에 둔 것들도 있고.

웬만해서는 내 방에 들어오지 않는 엄마가 얘는 무슨 책을 이렇게 보나 싶어서 여기 저기 보이는 제목들을 읽었나 보다.

내용은 그렇지 않지만 제목만 보면 사랑, 애정, 감성 타령 하는 것들도 많아서
내 딸 이런 책을 많이 읽었으니 나에게 다정다감 하리라 넘겨짚었던 것일까
한참 회사, 인간관계로 힘들 때 집에서는 너무나 퉁명스럽고 짜증만 내던 무심한 딸에게 서운함이 폭발했던 것 같다.

잘 하고 싶은 것들, 내가 부족한 것들을 채우려고 책을 읽기보단
읽으며 잠시 나를 잊어버리려는 것이 큰데.

같이 있어도 떨어져 있어도
부모 자식간에 모든 걸 이해하기란 참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