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일 비가 오다 말다 하여 온 우주의 습기가 피부로 들어찬 기분이었다.
운동 후 안 그래도 땀에 젖은 몸을 끌고 언덕을 오르는데
익숙하게 코를 찌르는 기운이 언덕 끝까지 없어지지 않아 앞을 보니
연세 지긋하신 할머니가 줄지어 있는 상가 하나하나 지날때마다 힐끗 보며 천천히 걸어가고 계셨다.
금방 미용실에서 나오신 듯 짧은 머리는 앙칼지게 꼬불거렸고
파마약 냄새는 습기와 콜라보하여 마스크를 뚫고 나를 괴롭게 하고 있었다.
앞질러 가기엔 빨리 걸어갈 기운이 없어 할머니를 관찰했다.
뭘 그렇게 힐끗 보시는 거지.
할머니가 고개를 돌릴 때 마다 나도 따라 고개를 돌려봤다.
아무렇게나 묶은 머리가 대롱 거리고 이마엔 땀인지 빗물인지 축축한 기운이 돌며
어깨에 손에 있는 짐들 때문에 마스크 너머 얼굴이 구겨져 있었다.
상가 유리에 비치는 모습을 보고 계셨구나.
머리가 잘 되었는지 곁눈질로 잠깐씩 보며 올라가는 할머니 뒷모습이 귀엽게 느껴졌다.
빠마 아주 잘 나왔어요! 말하고 싶었다.
요즘은 세수하면서도 로션을 바르면서도 거울을 잘 보지 않는다.
아는 얼굴 봐서 뭐해. 라는 생각으로 내 얼굴이지만 대충 지나가듯 그냥 그렇게 본다.
하루는 눈에 들어간 속눈썹을 건지려고 거울을 자세히 들여다봤다.
와 왜 이렇게 울상이냐.
나름 웃상이라 생각하고 산 지난날이 민망할 정도로 울상이었다.
나중에 예쁜 할머니로 늙고 싶은데.
웃는 주름에 평안한 세월이 담긴 그런 인상.
거울을 자주 봐야겠다.
입꼬리 한 번 올려주고 눈웃음 한번 쳐 주고.
좋은 인상을 가진 할머니가 되려면 지금부터 관리해야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