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한 강원도 피서지에서 불볕같은 고열을 안고 서울로 돌아온 어린이는 일주일만에 기력을 회복했다.
아기때도 열이 자주 났고 3살때는 고열로 경련을 일으켜 응급실을 간 적도 있어서 아픈 내내 너무나 불안하고 긴장되었다.
1년만에 만난 신랑 친구 가족과 바다에서 시간을 보내고 저녁에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다 불현듯 ‘촉’이 와서 아이 이마를 짚어보니 용광로였다.
커서는 해열제 한번이면 금방 괜찮아졌으니까, 하면서 속으로 괜찮아 괜찮다 되뇌였는데
30분, 1시간.. 시간이 갈 수록 열은 잡히지 않고 수직 상승했다.
밤새 아이 옆에서 수건으로 몸을 닦아주고 열을 재고 마사지를 하면서 강원도에 오기 전 피로와 이틀동안의 피곤이 겹쳐 정말 졸리고 괴로웠지만 10분 이상 누워있을 수가 없었다.
내가 잠든 사이 애가 어떻게 되버리면.. 하는 불안에 정신을 바짝 차렸다.
신랑은 다음날 운전을 했어야 하므로 옆에서 잤고
내가 열을 재는 소리가 날 때는 코고는 소리가 멈추는 걸 보니 자면서도 귀는 열려있구나 생각했다.
새벽 5시정도 였을까.
잠깐 엎드린다는게 잠이 들었는지 너무 놀라 일어나니 애가 없었다.
물수건으로 마사지를 해야해서 잠옷도 옆에 벗겨 두었는데 그것도 없다.
놀라서 거실로 나가보니 소파에 가지런히 엎드려있다.
딴에는 눈을 떠 아침이라 생각하고 같이 온 형아랑 놀려고 옷을 주섬주섬 챙겨입고 거실로 나갔나보다.
열은 소강상태였는지 조금 내렸고 아이는 새근새근 자고 있었다.
너야말로 정말 애쓰고있구나.
소파 밑에 앉아 아이의 머리를 쓸어 넘기면서 토닥거리니 날이 밝아온다.
내 손이 뜨거울정도로 열이 다시 오르고 있어서 약을 먹이고 안아올려 방으로 눕혔다.
강원도에서 서울로 오다 휴게소에 잠시 들렀다.
신랑은 뭘 사러 나갔고, 차 안에서 축 쳐져있는 아이를 보고 있을 때였다.
큰 눈을 꿈뻑꿈뻑 나를 올려다보길래
주환아, 엄마가 미안해.. 하며 울음을 꾹 참았는데
왜 미안해? 한다.
응..엄마가 주환이 많이 아픈것도 모르고 무리하게 해서.
엄마가 왜이러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웃더니 날 토닥토닥 해준다.
소매를 다 적실 정도로 눈물이 나서 혼났다.
무섭던 열이 내리고 입맛도 찾은 아이는
오늘 유치원 가기 전에 초코송이 한봉지를 해치웠다.
살이 쏙 빠지고 어딘가 또 큰 것 같은 분위기지만 까불거리는 표정과 장난은 그대로다.
아이가 아플 때마다 오는 불안은 나를 너무 지치게한다.
그래, 이 고비만 넘으면 우리 다 더 좋아질거야 라는 바람이 낄 틈이 없을정도로 괴롭다.
크느라 아픈거라고 괜찮아질거라고 안심시키는 마음을 가져야하는데 잘 안된다.
엄마, 나 이제 괜찮으니까 울지마. 하는 아이를 보며 니가 나보다 낫다 이야기하고 머리를 쓰다듬어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