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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왜 해야 하는데

2022/08/09

공부하기 싫어. 공부는 왜 해야 하는 거야?

언젠가 아이에게 이 질문을 받을 것이란 걸 직감한다.
나는 공부를 잘하지도 못했고 관심도 없었기에 학창 시절에 큰 스트레스가 없었다.
항상 중간 어디 즈음을 자리한 내 성적에 대해 부모님도 크게 신경 쓰지 않았고
언제나 그 성적은 너의 것. 나와는 상관없다 하셨기에 공부해라 잔소리도 없었다.

안일한 태도로 수능을 넘어 점수로 찍어 갈 수 있는 학교를 추렸을 때 깨달았다.
내가 너무 노관심이었구나.
앞으로의 삶을 결정하는 기반은 어쨌거나 배움의 근육이 깔려있어야 하는 거군.
기초체력이 부실한 나는 남들보다 더디고 어려웠지만 공부하고 싶은 학과, 일하고 싶은 분야를 찾았고 덕분에 이래저래 지금 먹고산다.

“공부는 평생 해야 한다. ‘이 정도 했으면 됐어’라고 생각하는 순간부터 그 사람은 낡아지고 얇아지기 시작한다.
나는 아이를 키우느라 그간 키웠던 생각의 근육을 많이 잃었다. 한번 분야에서 멀어지니 나자신이 낡고 얇아지는 속도가 어마어마하다.
조금씩이라도 다시 회복하려면 엄청난 근육통을 앓아야 할 것 같다. 그러므로 애초에 꾸준히, 조금씩이라도 놓지 않는 게 중요한다.”

지금 읽고 있는 책, ‘아이라는 숲’을 읽다 눈이 시큰했다.
내가 키웠던 생각의 근육. 늘 메모하고 정리했던 결과물들은 어느 서랍 구석에 처박혀있다.
다시 회복하기에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걸 알기에 시작이 어렵지만 ‘꾸준히, 조금씩’이라도 찾자고 일단 다짐해본다.

그리고 이후 대목에 나중에 내가 아이에게 꼭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듣고 싶은 대답이 아닐지도 모르지만
궁금해하는 질문에 조금은 신경이 쓰이는 대목이길 바란다.

“프랑스 철학자 시몬 베유는 ‘학교 공부의 유일하게 진지한 목적은 관심을 기울이는 법을 훈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관심의 질이 삶의 질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평생을 두고 다양한 것들에 관심을 가진다.
평생 공부를 해야 한다고 말하면 조금 부담스러울 수도 있지만, ‘평생에 걸쳐 질 좋은 관심을 진득하게 오래 간직하는 것’이라고 말하면 꽤 해볼 만하지 않을까.
관심 있게 세상을 바라보고 그 관심으로 나만의 질문과 맥락을 만들어내는 것.
평생에 걸쳐 나의 문체를 만들고 이 세상에 나의 작은 무늬를 찍어내는 것.
이 세상은 모순 투성이고, 그렇기에 혼란하다.
잘 듣고 잘 읽고 좋은 질문으로 타인과 대화해서 평생에 걸쳐 조금씩 이 세상을 내가 이해하는 방식으로
최대한 다른 사람도 납득할 수 있게 풀어내는 그런 사람이라면 공부를 제대로 한 사람이 아닐까. ”

정말 어른들은 잃어버리고 아이들은 놓치고 있는 것들이란 말이 와닿는다.

작고 큰 사회의 구성원이 되었을 때 가져야 할 중요한 것이 이해관계와 소통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상황과 사람을 얼마나 이해하고 내 방식으로 풀어내느냐가 관계의 대부분이고
이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 기쁨 슬픔 등의 감정과 배움들이 쌓여 나만의 결이 된다는 것이 실전에서 얻은 교훈이다.

“한 사람의 통찰력은 그 날개를 다른 사람에게 빌려줄 수 없다는 말이 있다.
함께 배우더라도 결국 우리는 홀로 세상의 이치를 알아가야 한다.
그러므로 무엇보다 공부 안에 ‘내’가 항상 존재해야 한다. 공부를 하는 이유는 내가 세상과 만나기 위해서니까. ”

더이상의 근손실 방지를 위해 뭐라도 시작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