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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짓 거 의 정신

2025/07/18

극한의 직장생활 중 선배가 흐르듯 조언해 준 ‘그러든지 말든지’의 정신으로 사회생활을 견뎠다면
까짓 거의 정신은 엄마에게 전수받았다.

내가 미취학 아동일 때, 이러다 우리 가족 굶어 나자빠지든지
당신이 집을 나갈 것 같아 시작했다는 직장생활은 30년 정도 지속되었고
지금은 취미 삼아 자영업을 하시는 엄마는
뭐든 조심성이 많고 불안해하고 걱정하다 걱정을 낳는 내가 짠하다고 했다.
당신은 그럴 때마다 까짓 거 뭐. 하고 한 마디하고 나면 괜찮아진다고 해 보라고.

직장을 다니고 일을 할 때도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이리저리 삶이 버거워질 때도
사업을 하지만 그에 맞는 포부를 갖지 못한 터라 불안해할 때도
인간관계가 힘들어 그림자조차 부담스러울 때도
“아 까짓 거 뭐 해 보는 거야. 응?”
이렇게 별 일 아니라든 듯 전화로, 문자로 그 상황의 무게를 반으로 줄여주었다.

그 영향인지 나도 모르게 속으로 ‘까짓 거..’ 하고 넘겨버리는 상황이 생기고
극복했다고 할 수는 없지만 마음이 나아지는 순간이 온다.

 

별생각 없이 지내던 어느 날
엄마가 핸드폰에 뭐가 이렇게 많냐며 정리 좀 해 달라고 내밀었는데
오우 내가 모르는 갤럭시 세상의 앱은 왜 이리 어지러운지.
엄마 이거 지워도 돼? 이거는? 이건 뭐 할 때 쓰는 거야?
처음엔 설명도 보고 검색도 해 보고 지워도 되는 건가 고민하시다가
점점 반복적인 질문에 지쳤는지 엄마는 조용히 한 마디 날리시고 쿨하게 돌아선다.

“까짓 거 다 지워버려.”

 

한 번 내뱉어 보시라.
생각보다 마음이 가벼워진다.

까짓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