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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쁘지 않다는 나쁘다

2025/09/02

의견을 물어볼 때 나쁘지 않다는 대답이 돌아오면 꼭 다시 묻게된다.
그래서 좋다는거야 나쁘다는거야?

나쁘다는 사전적 의미로 좋지 아니하다, 옳지 아니하다는 뜻이 있다.
여기에 않다를 다시 붙이면 좋지 아니한게 않다는건지
긍정인지 부정인지 도통 알 수가 없는 것이다.

나쁘지 않다는 말에는 미지근한 온도가 있는 것 같다.
격하게 반기지도 차갑게 찌푸리지도 않는 아아에 얼음 몇 덩이 넣어 만든 미지근함.
사람을 파사삭 식게 하거나 뜨겁게 만들지도 않는 중성의 온도.

별 중함이 없는 질문은 모르겠으나
업무와 연관되어 선택의 순간에 있을 때
상사들이 꼭 했던 표현 중의 하나가 ‘나쁘지 않은데..어쩌고 저쩌고’ 이다.
예를 들어 디자인 시안 의견을 받아야 할 때 : 전체적으로 나쁘지는 않은데..에 뒤이어 나쁜 점을 오만가지 읊는 행위.
이 정도면 이 디자인은 나쁜 디자인이라고 말해야 옳다.
당시엔 사람 좋아 보이려고 이렇게 시작하나 싶었다.
그런데 나도 어쩔 땐 말의 선두에 이 표현이 나오려는 순간을 여러 번 삼키게 되더라.
나쁘다는 말을 해야하는데 순간의 헛갈림을 주어 이거 욕은 아닌데 한번 들어봐 의 느낌으로 전달하려는 여러 순간들이 그렇다.

우리는 다 안다. 알 걸?
나쁘지 않다는 표현은 사실 나쁘다에 더 가깝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