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커서 뭐가 되고 싶니.에 대한 질문만큼은 피하고 싶은 어린이였다.
이걸 줄여서 꿈이 뭐니? 라는 것도.
지금의 나라는 인간도 뭔지 모르겠는데 자꾸 미래를 논하라는지
인상을 쓰고 가만 생각을 해봐도 뭐가 되고 싶은지, 뭐가 되려고 하는지 잘 그려지지 않았다.
아마 그 출발점인 무얼 좋아하는지, 즐거워하는지, 빠져드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생각이 없으니 더 그랬을거다.
한 번쯤은 빠진다는 청소년기의 아이돌 덕질도 흥미가 없었고
용돈을 받아도 착실히 교통비 쓰는 것 외에는 돈을 모아 사고 싶은 것도 없었고
귀엽고 예쁜 것도 므흣 웃고나면 그만일 뿐 소유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그건 지금도 그렇다.
필요에 의해 구매하는 것 외에 딱히 사고싶은 것이 없고
일상을 잠시 잊을만큼 빠져들고싶은 덕함이 없다.
아마 이런 내가 어릴 때 공부에 흥미가 있었다면 하라는대로 잘 했을텐데, 라는 지났으니 할 수 있는 말도 던져본다.
학년이 바뀌고 이거저거 써서 내야할 것들 중에 ‘취미, 특기, 장래희망’같은 것들이 있었다.
매번 고민하는 것이 싫어서 늘 취미는 독서 특기는 모르겠음 장래희망 선생님 이라고 썼었다.
(아직도 우리 엄마는 내가 선생님의 꿈을 못 이룬것에 대해 아쉽다고 한다고 한다..)
단 한번도 내가 선생님이 되어 교탁 앞에 서 있는 모습을 상상한 적이 없다.
그냥 가장 무난하고 그럴듯한 있어보이는 선택을 했던 것 같다.
만약 그 때의 어린이로 돌아간다면 취미 정도는, 좋아하는 것 한 두개 정도는 가져보라고 권하고 싶다.
사소한 호기심과 관심이 발전하여 인생의 중대한 선택을 할 때 꽤 도움을 줄 수 있으니.
대학의 학과라든지, 첫 직장, 가장 왕성한 시기에 돈을 벌며 나를 갉아먹지 않아도 되는 보람찬 일을 찾는 것 등드르등.
크게 선호하는 것이 없었을 뿐 열정이 없진 않았다.
해야 하는 일에 대해서는 열심을 쏟았고, 욕심도 있었다.
아마 좋아서 했던 일이라면 더 잘했을 것 같지만 그랬다가는 요절할 수도 있을 것 같은 직종이라 후회는 없다.
해야 하는 일을 하며 살 때, 종종 하고 싶은 일에 대한 질문을 하며 살았다.
장래의 희망을 생각하는 것이 괴로워서 마음에도 없는 말을 써내는 어린이는 지우고
스스로가 즐거운, 행복할 수 있는 일이 분명히 있을거라는 희망을 가지고 고민했다.
별 고민없이 주어진 상황에서 이거 아니면 저거라는 식의 단순한 선택을 해 왔다면
이제는 시간을 들여서라도 앞을 내다봐야 하지 않을까.
꼭 나이가 차서 하는 생각은 아니고, 좀 즐겁게 나답게 차곡차곡 살아보고 싶었다.
아직 또렷하게 그려지진 않지만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 해 볼만 하고 해 보고 싶었고 잘 맞을 것 같은 일이 떠올랐다.
얼마나 몰입하고 좋아할 수 있는지 때때로 의문을 가지지만
싱그러운 청년들과 경쟁해야 하는 날이 떨리기도 하지만
올해 1월부터 나름 한 겹 씩 쌓아 올리는 이 즐거운 마음이 제대로 흘러갔으면 한다.
그래, 그래서 지금 꿈이 뭐니? 라고 물어본다면
또박또박은 좀 자신 없지만 웃음을 흘리며 흘림체로 말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인간의 발전 아닌가. 큭
좋아하는 일, 되고 싶은 것 까짓거 당장은 없어도 된다.
나에 대해 계속 생각하고 주저앉고 다시 떠오르다 보면 생기더라.
그니까 놓지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