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너무 사랑하는 가을이 오고있다.
하늘도 공기도 주변 풍경도 나이쓰.
이번 캠핑 장소는 강원도 평창에 있는 자연속쉼표.
사이트별로 화장실/샤워실과 냉장고가 있다는 소식에 기뻐하며 도착.
자연속쉼표 캠핑장을 보며 느낀 건, 엇 여기 작은 나조스트 캠핑장 버전인가?
작년 가을, 영월 나조스트 캠핑장에서 너무 좋은 시간을 보냈기에 다시 꼭 가보고싶었는데 너무 인기가 많은 곳이라 평일도 자리가 없단다..흑
그림같은 계곡과 아기자기한 조경, 자갈, 예쁜 불빛, 자연에 둘러쌓인 이곳이 나조스트의 느낌과 비슷해서 기분이 좋았다.
보통 금토일 2박3일로 캠핑을 가는데
이 날은 이상하게 금요일 아침부터 일이 몰아쳐서
출발하면서부터 바쁜 마음이 도착해서까지 이어져 정신이 없었다. 정말 6시 땡 하고 끝난 일.
차 안에서 와다다 일을 정리하고 나오니 오빠는 뚝딱뚝딱 열심히 집을 짓고
주환이는 도토리도 줍고 계곡도 가고 금새 적응하여 여기저기 탐방을 한다.
사이트에서 우연히 주운 이브이 열쇠고리와 도토리로 행복한 아이.
에헤라디야 계곡으로 내려가는 길.
여기저기 소품으로 꾸며놓으셨는데 그래서 그런지 캠핑장이 너무나 귀여웠다.
생수병에 도토리 넣기.
별 것 아니지만 자연에 있는 놀잇감으로도 충분히 즐거워요 호호홋.
보라, 사이트별 빛나는 개별 냉장고.
개수대와 매점이 같이 있다.
계속 흐르는 감미로운 퐙송과 은은하고 기분좋은 초 냄새가 이 작은 공간을 더 편안하게 만들어줬다.
어쩜 이렇게 잘 꾸며놓으셨을까나.
첫째날 저녁 우리의 고정메뉴는 삼겹살.
양파, 부추 어마무시하게 준비하고 특별히 김치찌개도 끄리.
생부추에 양념장 곁들여 먹어도 맛있지만
삼겹살 기름에 챠챠챡 구워 먹으면 부추 부침개맛이 난답니다?
고기가 더 맛있는 이유는 설봉원 덕분이라는 오빠의 말에 그래 조금 인정해줄게.
강원도라 조금 늦게 도착하기도 했고 저녁도 오래 먹어서 벌써 밤이다.
9시면 헤롱거리는 주환이는 캠핑장에만 오면 10시 넘어 잠드는데
피곤한 상태로 다음날 하루죙일 밖에서 노니 ‘엄마 캠핑가는거 좋은데 너어무 힘드러’ 말하는거 너무나 이해된다.
어린이는 자고 어른들은 불장난 타임.
여기에 맛있는 고구매를 구워야하는데!
친구들과 갔던 캠핑에서 쥐포를 구워봤는데 와 그것도 맛이 장난 아니여따.
강원도의 밤을 각오하고 두툼한 옷을 준비했는데 너무 선선하고 잠자기 딱인 온도였다.
툴콘을 틀지 않고 전기장판으로 훈훈하게 잘 수 있는 정도?
이 때 서울은 습하고 덥고 비가 왔다던데 이상기온 현상이 강원도의 밤을 덥혀줬나보네.
다음날 아침은 간단하게 먹고
(모닝빵 샌드위치, 콘푸레이크, 커피 등등)
아점으로 내가 진짜 너무 기대했던 메뉴가 등장하는데..
캠핑 메뉴 중 꼭 있어야하는 거 모다?
라면이다.
매운거 잘 못먹지만 유행했던 순두부열라면이 너무 먹어보고싶어서 준비했다.
있는 재료 추가해가며 재채기 켁켁 하며 끄리.
기름에 마늘, 양파 볶다가 스프넣고 또 볶다가 물 소량 넣고 끄리.
향 좀 올라왔다 싶음 물 넣고 고춧가루 넣고 끄리.
국물 좀 맨들어졌다 싶음 라면 느코 순두부 느코
불 끄기 직전에 계란 투하.
순두부 넣기 전 국물은 와 나는 못먹는 거였군..이었는데.
이렇게 순두부 계란탕 느낌으로다가 먹으니 너무 맛있었다.
순두부찌개에 라면사리 말아먹는 맛..
지금도 너무나 먹고싶다.. 찬장 열지마..
내가 너무 맛있게 먹었는지 엄마 그거 나도 먹을래!! 하길래 진짜 한 입 주려다가
요즘 어린이 최애 김과 밥으로 심플한 점심 대접.
정말 이 김을 만나고 삼시세끼 김이랑 밥만 달라고 한다..
아빠랑 종이접기, 만들기로 2시간을 불태우는 동안
나는 독서를 하며 꿈도 꾸는 호화로운 경험을.. 이 얼마만에 자는 낮잠인가.
왜 괜히 낮잠 자다 일어나면 오빠 눈치가 보이는것인가ㅋㅋ
아냐 나 안잤어 그치 안잤어 어? 코 골았어? 에이.
나른한 오후는 계곡에서.
날씨도 너무 좋고
끝없이 펼쳐진 계곡이 그림같다.
물은 정말 상상 이상으로 차가웠는데
절대 안들어간다던 애는 발을 담그고 무릎을 적시고 궁딩이를 흔들더니 급기야 입수.
그럼 너는 샤워실로 입장.
감기걸릴까 조마조마 했지만 거뜬히 이겨내준 6세여 장하다.
나는 계곡에 발 담그고 보는 책이 제일 달다.
보통 캠핑장에는 술술 재미있게 읽히는 책을 들고온다. 이건 ‘불편한 편의점2’
집구석에서는 그렇게 안가던 시간이 나오면 후딱이다.
차례대로 씻고 저녁준비.
삼겹살만큼 거의 고정 스테디메뉴인 샤브샤브.
육수에 야채 고기 다 때려넣고 끄리.
고기가 얼마나 부드럽고 맛있던지 주환이도 아주 잘 받아먹었다.
우동 준다고했는데 칼국수네?
그래도 아쥬 맛있게 잘드심.
마지막은 모다?
챔기름 입은 죽이다!
어머 얘 막 퍼먹는거 보고 엄마는 안먹어도 배불러~ 했지만 이미 먹을만큼 먹어서 정말 너무 배불러어.
먹고 좀 놀다가 애 감기 걸릴까봐 전기장판 3단으로 틀어놓고 일찌감치 재웠다.
막날은 피곤이 몰려오기도 하지만 일찍자기엔 아쉬우니 남은 장작 다 태우고 가능한 멍을 다 때린다.
새벽엔 투두둑 비가 왔고 그 덕에 더 세게 흐르는 계곡물 소리가 백색소음처럼 느껴져 잘 잤다.
다음날은 짜장면으로 아침 때리고
슬슬 정리하고 챡챡 집어넣고 12시 퇴실.
하늘거리는 코스모스도 너무 예쁘고
조경도 신경써서 관리하시니 작은 정원처럼 분위기가 좋다.
조용하고 깨끗하고 날씨 좋고. 더 할나위 없이 좋았던 캠핑이어따.
–
캠핑의 시작.
작년 8월에 오빠가 갑자기 캠핑을 시작하겠다고 이거 저거 주워 담고 사고 난리를 칠 때
몇 번 가고 안 갈 거 같은데, 안될 거같은데, 우리는 벌레 싫어하는데, 나는 호캉스 스톼일인데 아냐 안된다 생각했다.
와 정말 스파르타로 1주일에 1번씩 무수한 1박으로 터를 잡아 나랑 주환이를 잡더니 올해는 본격적으로 장비를 사고팔고 아주 원룸 작은 거실 있는 방을 차렸다.
우리한테 맞는 캠핑장을 찾아야 하고 장비도 펴봐야 하고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 건 알겠는데 정말 체력적으로 힘들었고 빨래 지옥이 끝나기도 전에 다시 짐을 싸야 하니 나름의 스트레스였다. (주변에서는 좋겠다고 너무나 훌륭한 남편을 두었다고..네..훌륭하세요 참말로..뭐 하나 꽂히면 훌륭하게 투입되셔서..)
그래도 올해는 2주에 1번으로 타협하여 갈 만한 체력이 되었으나 작년엔 정말..캠핑을 다니기 위해 평소를 사는 듯한 삶이었다?
나는 음식과 설거지만 하고 이 외 모든 걸 오빠가 준비하고 설치하고 정리하는데
뭘 하다가 이게 필요하겠는데, 이건 뭐지, 아니 왜 이렇게 다녀야 되나 혼잣말로 얘기하면
갈 때마다 장비나 동선이나 아무튼 뭔가가 하나씩은 변화가 있다.
집에서는 시간 나면 누워만 있는 사람이 이렇게 활동적이고 열정적인 면이 있다니 새삼 놀랐네.
다음 주는 여기다! 그다음은 저기다! 알아서 예약하고 좋아하고 이거살까 저거팔까 혼자 북치는거 보면 참 그래 가족을 위한 건전한 취미다 좋게 생각하고
막상 가면 가장 잘 놀다오는 나는 마지막 짐을 찔러넣는 오빠를 토닥이며 말한다.
사서 고생해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