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둘 다 유럽여행 처음.
영어 스페인어 불어 못함.
장시간 비행기 처음.
스페인으로 정한 이유? 생각이 안남.
지금 생각하면 어쩌다 스페인에 가게 됐는지 모르겠다.
2월이면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거기도 충분히 쌀쌀한 비수기인데
꽃할배의 영향이었는지 어쨌는지 사실 가기 전 상황은 잘 생각이 안난다.
둘 다 회사일로 바쁜 탓에 여행사에 텅 맡기고 그저 날아갈 날짜만 기다리고 있었지.
마드리드 3박4일, 말라가 2박3일, 바르셀로나 3박4일.
결혼할 때 우리가 백수일 줄 알았더라면 한국으로 돌아오는 티켓은 끊지 않았을텐데. 캬컄.
여튼, 모든 게 처음인 우리에게도 스페인은 좋았고 좋았다.
결혼식 강행군을 마치고 쉬고 싶은 마음은 컸지만
이번이 아니면 15시간씩 걸려서 유럽을 또 갈 일이 있을까 싶어 매일을 충실히 놀았다.
인천 – 암스테르담 – 마드리드 비행.
경유시간이 짧은 걸 골랐는데도 3~4시간을 기다려야 해서
암스테르담 공항 여기저기를 다니고 커피도 마시면서 설렘 설렘을 충전.
네덜란드 항공을 이용했는데
우린 타자마자 12시간 숙면을 취해서 불편한 지 좋은지 사실 잘 체감 못했다.
기내식은 맛이뜨랑.
잠깐씩 깼을 땐 결혼식 때 받은 손편지에 눈물을 질질 흘리기도 하고
오빠 우리가 결혼했어커어커커컼ㅋㅋㅋ컼 둘이 실감이 안나서 헛웃음을 짓기도 했지.
여행사에서 항공, 숙소, 1일투어를 진행했었는데 이제와서 생각하면 숙소는 우리가 선택할 걸 하는 후회가.
신혼여행이니 5성급 호텔에 다니기 편한 곳으로 의뢰를 했는데
룸컨디션이 나쁘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와 좋다 할 정도로 칭찬하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방이 채광은 참 좋아서 아침에 일어날 때 마다 싱글싱글싱그럽긴 하드라.
그냥 여기가 스페인이니까~ 모두 용서가 돼~
우리가 도착한 시간은 오전 11시쯤. 언능 짐 풀고 나가서 밥먹고 놀쟈앙.
아침에 일어나 커튼을 화아악 제끼면 보이는.
저 카페에 못 가본게 그르케 후회가 되드라아아.
자유여행이라는 이름 하에 우린 정말 아무 계획이 없었다.
마드리드 3일 있는 동안 첫 날은 여행책자 보지 말고 여기저기 다니다
정말 괜찮았던 곳을 찝어 그 다음날 1일투어를 하기로 했던 것.
다녀보니 너무 좋은 생각이었다.
일정이 짧았다면 할 수 없었겠지만
여유가 있다면 방향 없이 정처 없이 손 잡고 걸어다니고
아무 곳에나 가서 배를 채우고 다니며 눈요기를 하고
웃고 이야기하고 떠들고 생각하고.
젤라또도 먹어야징. 아와아아아아앙.
이렇게 온 몸으로 먹어야 맛있지이잉.
흥얼거리며 언덕을 올랐더니 마드리드 왕궁과 성당을 만났다.
하늘은 쨍하고 적당히 쌀쌀한 바람에 붐비지 않는 사람들이 있던 곳.
배가 고픈데 뭘 먹을까?
첫 끼로 맛있고 맛있고 맛있는 걸 먹고 싶어서 가게 여기저기를 기웃거렸는데
피에스타인지 영업 준비중인 곳이 많았고 일요일이라 문닫은 곳도 흑.
우리가 시킨거 맛있게찌?
으흥? 맛있어야돼..
워..워매 짠거.
스페인에서 먹은 음식에 대한 기억은 대부분 짭.다. 였다.
그래도 언제 먹어보겠냐며 샥샥 샥샥 긁어 먹긴 했지만.
테이블마다 빵과 샹그릴라가 있는 이유를 알겠더라는.
오후의 빛으로 넘어갈 때 걸었던 광장은 너무 아름다웠다.
광장 한 가운데 열린 베란다 앞에서 기타를 연주하던 낭만소녀.
몇 시에요?
얼.
마드리드에 있으면서 잘 이용했던 백화점 지하 마켓.
서지니가 끌었던 바구니양!
마트 구경에 신나서 돌아다니다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이거저거 먹거리를 사왔다.
짭고 짭고 짜와서 다 못먹었다는 슬픈 이야기..
내일은 뭐할까?
뭐 했었지?
아, 신혼여행 다녀온지 벌써 7개월이 지났네.
이래서 일기는 밀리면 안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