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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사과

2018/05/22

우리 집은 아침마다 늘 사과를 먹었다.
엄마가 어느 방송에서 사과는 껍질까지, 아침에 먹어야 좋다는 걸 보고 난 후부터였다.
세 번째 직장을 다닐 때였으니 스물여섯 이었나. 
1분이 아쉬운 아침은 늘 정신없고 머리도 못 말려서 물 뚝뚝 흘리며 옷 걸치고 나가기 바빴다.
그런 나한테 엄마는 매일 아침 사과 깎아서 먹고 가든 가져가든 하라고 소리치고 출근했다. 
물론 사과를 먹으면 든든하기도 하고 화장실도 잘 가고 좋은 점이 많았지만
아오.. 사과 챙길 시간에 내 정신 좀 더 챙기지 난 못하겠더라.

아빠가 나섰다.

그때부터 결혼 전 회사를 다닐 때까지 매일 아침.
물론 몇 번 거른 적도 있겠지만, 내 기억으론 하루도 빠짐없이 사과 봉다리가 내 가방 속에 있었다.
나도 언제부턴가 그날 들고 갈 가방을 거실 바닥에 내려놨고,
그럼 아빠가 뭉텅 뭉텅 투박하게 깎아 4등분 한 사과를 봉다리에 담아 가방에 넣어줬다.
급하게 나선 출근길을 지나 회사 책상에 도착하고 아그작 아그작 베어 먹는 사과 맛이 참 좋았다.

아빠 덕분에 변비도 없고 피부도 좋았나보다.

처음엔 미안했는데 나중엔 그게 당연한 일상이 되더라.
사과 한 알에 출근길 조심, 하루 잘 보내고 퇴근길 조심하여 집으로 오라는 아빠의 이야기가 담겨 있었는데. 사과 잘 먹었다고, 고맙다고 한 마디 못했던 것 같다.

사과만 보면 아빠 생각이 난다.

아빠가 깎아 준 사과 먹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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