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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간소음

2021/01/26

안녕하세요. 1301호 입니다.
갑자기 올라가서 많이 놀라셨지요.
저희 가족은 지난 1년간 낮, 밤, 새벽마다 울리는 ‘쿵, 쿵’ 소리에 긴장을 늦출 수 없었습니다.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무조건 조용히 해 달라는 것이 아닙니다. 저도 자신 없고요.
밤늦게 청소기나 세탁기가 돌아가는 생활소음은 퇴근이 늦으셨겠지 이해를 합니다.
하지만 밤이나 새벽에도 계속되는 ‘쿵, 쿵’ 뛰는 소리와 아이들 소음에 전혀 주의를 주지 않으시는 것 같습니다.
코로나로 답답하신 마음 이해하지만 밤 10시 이후에라도 제발 신경써주세요.
지금은 아침부터 이해할 수 없는 빈도로 ‘쿵, 쿵, 쿵’ 소리가 계속되기에 궁금해서 올라갔습니다.
문을 열어주지 않으셔서 직접 말씀 못드려 편지로 대신합니다.
관련해서 논의 필요하신 사항 있으시면 방문해주세요.

 

지난 일요일 낮이었다.
아침부터 시작된 쿵 쿵 울림소리가 몇 시간째 지속되었고 급기야 바닥을 뚫는 듯한 소리가 반복되어 위층으로 뛰어 올라갔다.
걸어가는 중에 강아지 두 마리가 쉴 새 없이 짖었고, 속에서 참을 수 없는 뜨거움이 올라왔지만 그냥 내려갈 수가 없었다.

작년 초 부터였나. 위층에 초등학생 두 명이 있는 가족, 강아지 두 마리가 산다는 건 나중에 알았지만 낮, 밤, 새벽 할 것 없이 쿵 쿵 울리는 소리와  아이들이 아주 자유롭게 뛰어다니며 소리지르는 걸 1시간 동안 멈추지 않는 일이 잦았다.
코로나로 모두 집에 있는 시기였고 나도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그러려니 넘어갔다.
밤 10시, 11시에도 청소기를 돌리기 일쑤였고 퇴근이 늦었나보다 하면서도 신경이 쓰였다.
남편은 층간소음에는 무던한 편이여서 뭘 그렇게 예민하게 구냐는 듯 얘기했고 그래 내가 좀 참으면 되지 싶었다.

이 정도는 괜찮은가보다 싶었던지 강도는 더 세졌고 나는 온 집이 울리는 소리에 두통이 올 지경이었다.
주환이가 2살 이었을 때 아랫집 남자가 수도 없이 올라오고 문자에 전화를 해대는 통에 너무 스트레스를 받았던지라 올라가서 직접 얘기하기도 꺼려져서 문 앞에 정중한 내용의 쪽지를 몇 번 붙이기도 했다. 하지만 전혀 달라지지 않았고, 내 속의 무언가가 쌓이고 쌓여 그 날 터졌던 것 같다.

올라가서 초인종을 눌렀는데 고장이었다.
그때도 강아지들은 짖었고 나는 문을 살살 두드렸다.
‘계세요? 아랫집입니다.’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안녕하세요. 아랫집인데요.’
강아지 짖는 소리가 멀어지고, 안에서는 아이들이 엄마 누구야? 문 왜 안 열어? 소리가 들린다.
거칠게 문을 두드리게 됐다.
‘저기요, 1301호입니다.’
엄마로 보이는 사람이 누군가에게 그만해, 하지 마 하는 소리가 들리는데도 여전히 문은 열지 않는다.
더 세게 두드렸다.
‘안들리세요!!!’
5분 정도 가만히 서 있다가 내려왔다.

글쎄, 아랫집 또라이가 무슨 짓을 할지 몰라서였을까. 자신들이 한 일이 뭔 지 알아서 미안해서였을까.
사실 얼굴을 보고 얘기하면 차분하고 정중하게 얘기할 수 있었을까 싶기도 하면서 문을 굳게 닫은 그 집에 고맙기도 했다.
쫄보인 내가 무슨 용기로 남의 집 문을 두드리고 소리를 질렀을까 생각하면 미쳤나 싶기도 하고.

내려와서 씩씩 거리면서 저 내용을 갈겨썼다.
남편은 추사 같다며 웃고 지금 보내지 말고 한번 더 심한 소음이 나면 주라고 했지만 난 지금 내 감정을 전달하는 것이 중요했다. 안그러면 평생 모를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우편함에 고이 접은 편지를 밀어 넣고 왔다.

보통 이런 일이 있으면 사과하러 오거나 문 앞에 쪽지로라도 마음을 전하는 게 보통사람 아닌가? 기본적인 거 아니냐고 이거.
근데 오늘까지 전혀 아무 변화도 없다.

나도 매일 주환이에게 뛰지마라 살살 걸어라 소리 지르지 마라 단속을 하느라 입이 마른다.
내가 쳐다보기만 해도 잔소리할 걸 알기에 주환이도 눈치를 보고. 미안하면서도 어쩔 수 없어서 짜증날 때가 많다.
단독주택이 아닌 이상 우리 다  아래, 위층에 끼어 사는 사람들 아닌가.
이웃사촌이라고 할 만큼 친밀하게는 아니더라도 서로 상식적인 선에서 살자는 말이다.

근데 무슨 업무메일도 아니고 논의가 필요하시면 방문해달라고 썼는지.
이성 좀 찾고 차분하게 쓸 걸 그랬나 후회가 되기도 하지만
갈겨 쓴 글씨체에 내 마음이 모두 전달되었길 바라며, 제발 제발 제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