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오고 세상이 얼어붙을 정도로 추웠던 날부터 이주 정도 주환이 얼굴, 몸에 작은 두드러기가 올라왔었다.
보습을 해도 좋아지지 않아 병원에 갔더니 알레르기 같다고 해서 약을 먹이니 말끔히 없어졌다.
온도, 습도, 먼지와 음식에 민감한 나를 꼭 닮았다.
어릴 때 돼지갈비를 맛있게 먹고 밤새 두드러기로 괴로웠던 기억이 있다.
얼음을 가져다 대보기도 하고 손톱으로 십자를 눌러 간지러운 걸 참고 아침에도 가라앉지 않으면 고개를 숙이고 학교를 갔다.
엄마도 그러다 말겠지 싶었던 것 같고 나도 흔한 일이니 대수롭지 않았는데 선생님이 전화를 했었나 보다. 아이 몸이 이상한데 알고 계시냐고.
그 당시 학교에서 전화를 받는다는 건 흔한 일은 아니었기에 엄마는 좀 놀란 것 같았지만 이게 왜 큰일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또 얼음을 줬었다.
한동안 괜찮다가 대학생 때는 천식으로 알레르기 반응이 왔었고
직장에 다닐 땐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 이마부터 발가락 끝까지 두드러기가 오르기도 했다.
공주와 구우를 키울 때 콧물은 일상이었고
주환이를 낳을 땐 천식이 심해져 호흡기를 달기도 했다.
그럴때마다 병원, 응급실을 가거나 정기적으로 알레르기 센터를 다녔고 지금은 전혀 증상이 없다.
없다기 보단 증상 발현의 이유를 잘 알기에 스스로 조심하고,
다른 일로 병원을 가더라도 알레르기가 있는지부터 중요하게 체크하니 지금까지는 아주 괜찮다.
해결책을 찾지 않으면 반복해서 일어나는 불편함도 익숙해진다.
기다리다 만나는 괴로움도 무던하게 받아들이고 원래 그런 것이라 나를 단속한다.
일로 만난 사이에서도 두드러기 같은 존재가 늘 있다.
상황이 너무 괴롭게 흘러가면 파일 이름만 봐도 온 몸이 간지럽고 프로젝트 내내 똥멍충이 같은 짓만 하는 사람 목소리만 들어도 숨이 잘 안 쉬어진다.
그래, 일이 그렇지. 무시하며 스트레스 관리가 엉망일 땐 뭘 먹기만 해도 속이 안 좋거나 몸이 붓는다.
이 시기가 어서 지나가기를 바라며 하루하루를 버티지만 막상 끝났을 땐 완료의 기쁨도 성취도 없다.
안도의 한숨과 함께 지나면 아무것도 아닐 일로 나와 주위에 무심했던 날들이 후회가 되고 괴로움을 익숙하게 받아들인 스스로에게 짜증이 난다.
그렇다고 그때로 다시 돌아가서 어떤 해결책을 찾을 수 있었을까 생각하면 자신 없지만
한계치에 다다르기 전에 주위에 마음을 털어놓기만 해도 증상을 빨리 잡을 수 있을 것 같다.
알레르기같이 개인차가 있는 예민함은 자신만 아는 거니까
묻어두고 지나가기를 기다리며 굽어 있기 전에 내가 지금 이렇거든 저렇거든 그럴 것 같거든 알리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느낀다.
나긋나긋하게.
부디 올해는 두들두들 두드러기 같은 상황은 좀 덜 만나기를 바라며.
아, 주환이 알레르기 검사 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