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2012/08/10

조너선 사프란 포어 / 송은주 옮김 

 

조너선사프란포어

 

휴대폰에 생각이 미쳤다.
아직 몇 초의 시간이 있다.
누구한테 전화를 걸어야 할까?
무슨 말을 해야 할까?
나는 그럴 때 사람들이 서로에게 무슨 말을 할지 모조리 생각해 보았다. 태어난 이상 천 분의 일 초 후든, 며칠 후든, 몇 달 후든, 76.5년 후든 누구나 죽어야 한다. 태어난 것은 모두 죽어야 한다. 그 말은 우리 삶이 고층 빌딩과 같다는 의미이다. 연기가 번져오는 속도는 저마다 다를지라도 불길에 휩싸여 있기는 다 마찬가지이고, 우리는 모두 그 안에 갇혀 있다.

-본문 중-

한 번은 혜원에게 생일선물로 받아 빛의 속도로 넘겨 봤고,
두 번은 민음사 북클럽 가입할 때 주는 선물로 받아 천천히 읽었다.

미국 9.11 테러 이후 호기심 왕성한 ‘오스카’를 둘러 싼 가족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책의 초반부를 들춰 봤을 땐, 왜 책 표지에 ‘생의 결정적인 순간에 반드시 했어야 하는 말, 사랑한다’ 가 써 있는지 도통 감이 안왔다.

이 미친듯한 호기심의 소년 ‘오스카’는 주인공 답게 진짜 볼 만한 애다.
9.11 테러로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아빠를 잃고, 아빠의 장소에서 찾아낸 표적 같은 열쇠 하나를 발견하여 미친듯이 연관된 사람들을 만나고 파헤치고 발견한다.

오스카 셸, Black.

이 단어카드 한 장으로 만난 사람, 그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 그 이야기 속에서 얽히는 사람들과 엮인 감정들. 결국 아빠를 둘러싼 배경과 이야기들을 풀어내며 ‘오스카’의 가족들과의 갈등을 마주하고, 부러뜨리고, 다시 새로운 기억을 찾기까지의 이야기들로 진행한다.

9.11테러로 가족을 잃은 슬픔을 말로 다 할 수 있을까.
자의도 아닌, 연관성 없게 느껴지는 타의에 의한 사건.
그럼에 누구를 원망해야 할지, 누구를 미워하고, 잃은 사람을 어떻게 그리워해야 할 지 혼란이 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을 그려낸다.

자신들의 방법으로 잃은 사람을 그리워 하다,
옆의 아직 잃어버리지 않은 사람을 돌아보며
살아 있는, 생의 순간에 눈뜨며 과거의 추악함들은 잊어버리자 지나쳐버리자 단정짓는다.

하루 하루 불길에 휩싸여 살아가는 삶.
‘오스카’의 부츠가 너무나 무거워 질 때쯤
엄마를 이해할 수 있는 마음과 아빠를 떠나보내는 방법을 찾아낸다.

살아 있는 순간에 반드시 해야 하는 말.
사랑하고 있어.

제목 그대로 엄청나게 시끄러운 일들도 많고
그 일 가운데 믿을 수 없게 가깝게 있었던 인물들의 사건, 대립, 갈등이 조화롭다.

끗.

댓글 쓰기

로그인을 해야 댓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