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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수

2012/03/12

장기를 두는 법은 모른다.

고스톱은 좀 칠 줄 안다. 광팔면 동전 좀 나오더라.

뭘 하던 어지간한 줏대 가지고 해야하는 걸 할 땐, 옆에서 나름의 훈수를 두려는 사람들이 있다.
‘저럼 쓰나. 어이구 나같으면 이리 하겠네. 얼씨구 기본의 기 자를 헤집는구만?’
뭐 이래저래 팔랑거리는 귀를 가진 사람도 문제겠지만, 좀 해 보겠다는데 옆에서 그리 혀를 차고 싶을꼬.

남 돌다리 두들겨보는 사람 치고 정말 만퍼센트 착한 맘으로 ‘어머, 정말 안전해야 할텐데.’ 하며 두들기는 사람 몇이나 될까.
대부분 ‘이거 내꺼보다 더 튼튼한거 아냐?’ 하는 맘 저 구석탱이에 먹다 붙은 밥한톨만큼 이라도 남아 있을거다.

물론, 정말 니가 잘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이리저리 조언을 해 주는 사람들도 많겠지만
여기서 표현하는 ‘훈수’는 선의의 조언이 아닌 대부분 직선코스로 가다 우회하더니 결론은 나는 잘 났소 식의 낯뜨거운 마무리.

연애던, 공부던, 일이던. 관계던, 사는 방식이던.
약간의 얹힌 말은 있어야 겠지만, 쨌거나 결정하는건 본인 몫이니.
남의 말에 너무 큰 비중을 두기보단 저 사람은 그랬군. 너는 그랬니? 아 넌 그랬구나. 끄덕 한번하고 경험치에 담아두면 그만이다.

훈수는 말 그대로 ‘구경하던 사람이 끼어들어 수를 가르쳐 주는 것’ 이다.
함께 무언가를 하던 중의 보석같은 조언이 아닌, 멀리 불구경하듯 재미삼아 몇 번 보다 일부터 십까지의 상황도 모른 채, 중간에서 요러면 옳겠구나 섣부른 판단 하에 괜히 끼어들어 내뱉어지는 말이 허다할 거란 말이다.

조언과 훈수를 분별하고 가려 듣고 새기는 心을 키워야지.
이거 원 이리저리 꾼들이 많아서.
말대로라면 난 지금 영부인이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