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츠를 좋아한다.
쟈아켓도 좋아한다.
카아라아아아아티도.
깃이 살아 있고 주름이 살아 있는 옷들은 손이 많이 간다.
옷장에 보관할 때도, 꺼내 입을 때도.
대부분 드라이크리닝을 맡겨야 하는데 돈도 아낄 겸 상하지 않는 옷감은 집에서 북북 손빨래 하고 모아서 다림질을 한다.
청순청순 열심열심 한다고 하는데..어쩜 다림질은 해도 해도 실력이 늘지 않는걸까?
팔 앞쪽을 죽죽 스팀 올려 다리고 나면
팔 뒷쪽이 우글거리고.
팔 뒷쪽을 다시 죽죽 다리면
팔 앞쪽이 인상쓰고 앉았고.
이것들이 쌍으로 날 조롱하는 기분이다.
분명 열심히 하는데 점점 지하철 의자에서 한 시간은 뭉갠 뒷태가 되어 버린다.
세탁소 아저씨는, 우리 아빠는 주름 하나의 디테일도 놓치지 않고 판판하게 잘만 하던데.
30분을 땀 흘려가며 다려 놓은 셔츠를 아빠가 “이거 다려줄까?” 하시곤 재탕하길 수십번이다.
실력향상을 위해 일부러 쉬운 손수건부터 어려운 주름주름셔츠까지 놓고 씨름을 해 봤는데
스트레스 지수만 올라갈 뿐 역시 마무리는 아빠의 손으로.
해도 해도 안되는 게 있다는 것을 깨닫는 과정은 너무 잔인하다.
잘 해보려고 하는데 더 안되는게 있는 것도 잔인한 농도는 비슷하고. (그게 다림질에만 해당된다면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뭐든 처음 시도해보는 일들이 난관에 부딪힐 때 그렇구나 이렇구나 나름 노하우를 꾀어 가며 상황을 풀어가는 초기 습득의 짜릿함은 젊을 때 누릴수록 더 좋은 것 같다. 몰랐어요, 그랬나요, 해도 안 되던 걸요 등의 발언은 나이가 들 수록 할 수 있는 곳도, 상황도 많이 줄어드니까.
내일 입을 셔츠 한 장 다리면서 또 삼천리를 건너다 몇 글자 글적였다.
결혼해서 남편 셔츠정도는 솩솩 다려야 할텐데 걱정…하지 말고 다림질 잘 하는 남편을 만나면 되겠구나? 캿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