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게가 간장 속에
반쯤 몸을 담그고 엎드려 있다
등판에는 간장이 울컥울컥 쏟아질 때
꽃게는 뱃속의 알을 껴안으려고
꿈틀거리다가 더 낮게
더 바닥쪽으로 웅크렸으리라
버둥거렸으리라 버둥거리다가
어찌할 수 없어서
살 속으로 스며드는 것을
한 때의 어스름을
꽃게는 천천히 받아들였으리라
껍질이 먹먹해지기 전에
가만히 알들에게 말했으리라
저녁이야
불 끄고 잘 시간이야
– 시집 <간절하게 참 철없이> / 안도현 –
바람 살살 부는 곳에 누워 귀에 라디오를 꽂고 지나가는 소리를 듣고 있던 중 DJ가 온 신경을 집중하게 만드는 시 하나를 읊었다. “이 시를 들으시면 앞으로 간장게장 못 드실 거에요”라는 말을 초입으로 한 자씩 읽어 내려 가는데, 아놔 나 왜 울컥해. 질질 울어버렸다.
초등학교 4학년쯤 이었나, 이모부가 으리한 한정식집 같은 곳에 데려갔었는데 거기서 게장을 처음 봤다.
남들 먹는 것 따라서 나도 하나를 집어 입에 아작 하고 밀어 넣은 순간 혓바닥부터 시작해서 목젖, 식도에 두드러기가 나는 느낌이 들면서 고통스러운 간지러움과 호흡이 잘 되지 않는 불상사가 일어나 버렸다. 그 때 알았다. 난 죽을 때까지 게장을 못 먹겠구나 하고.
대학에 다니면서 어떤 쇼크였는지는 몰라도 갑자기 몸이 안좋아진 적이 있었다. 숨이 잘 안쉬어 지는 천식 이었는데 병원에선 알레르기성이 강하니 검사결과로 나온 것들을 조심하라는 당부를 받았다. 그 때 나온 몇가지가 기억나는데 제일 심했던 게 ‘고양이 털’과 ‘나무 진드기’였다. 그리고 살아있는 꽃게 성분인 뭐어쩌고 샬라샬라 이런 것도 있었는데 꽃게 말고도 해산물에 포함되어 있을 수도 있으니 이거 저거 먹어보고 몸에 반응이 오면 피하라고 했던 것 같다. 아 내가 옛날에 게장과 이별해야 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었구나. 지금도 ‘게’에 관련 된 건 입에 대지 않는다.
엄마 게는 미칠듯 뜨거운 간장물이 주는 고통과 짭짜름하게 죽어가는 자신을 포함한 수많은 알들을 품으며 얼마나 울었을까. 껍데기를 까서 배에 가득한 알과 국물에 밥을 비벼먹을 때가 가장 맛있다는데, 거기엔 간장보다 짠 눈물이 그득 할 것 같다.
스며드는 것.
이 고통스러운 과정을 담담한 제목으로 풀어낸 것도 볼만하다.
간장게장아. 널 못먹는게 이렇게 다행스럽게 느껴지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