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에 가마니처럼 가만히 누워 정면에서 부는 바람을 살살 받고 있는데 눈 앞에 헹거가 보였다.
셔츠, 티, 가디건, 원피스, 다시 셔츠, 티, 가디건.. 어쩜 저렇게 통일된 디자인이나 색 없이 제각기 다른 옷들일까?
답답하게 생긴 블라우스에 갑자기 등이 훅 파인 원피스, 야들한 나시, 형형색색 대체 어디에 받쳐 입어야 할 지 몰라서 스스로도 멘붕일 것 같은 가디건들, 다시 초딩들이 입을만한 티쪼가리, 어디서 줏어온 만들다 만 치마.
갓 20살이 된 애가 어떤 옷이 어울릴지 몰라 닥치는대로 사 들인 옷들같다.
누구는 스트라이프를 좋아해서 나시, 반팔, 긴팔, 셔츠 모두 통일된 디자인을 선호하고
또 누구는 특정 브랜드의 청바지를 좋아해서 위에 간단하게 셔츠 색만 샥샥 바꾸고
딴 누구는 무조건 심플한 티셔츠만 돌아가며 입어주고
크 이 얼마나 남이 몰라줘도 내가 만족스러운 나만의 취향인가.
근데 왜 내 옷장은 이미송 수십명쯤은 들어차 있는 기분이 드는거냐.
고집스러운 취향이 없는게 다행인건지 불행인건지.
좋게 말하면 때와 장소에 맞게 입을 수 있는 옷이 많은거고
나쁘게 말하면 나한테 어울리는지 스스로에겐 안물어보고 ‘어머나 잘 어울리세요’ 점원 한마디에 오냐 이리오너라 들여오는 잡동사니들인 거고.
무지개빛 다른 모양 옷들을 보며 여기서도 나타나는 아무래도 괜찮다 심보에 한숨 살짝 났지만
언젠가 잘 집어서 맞춰 입는 날이 오겠지.
꽂아놓고 제목만 읽고 있는 책들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