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부터 알고 지내던 지인의 결혼식에 다녀왔다.
교회에서 한지라 어르신, 언니, 오빠, 동생들 반가운 얼굴들도 많이 보이데.
그 중 눈에 띄는 건 한참 동생이었던 아가들이 20대 초중반으로 폭풍성장해서 젊음의 빛을 무한발사 하고 있는 풍채.
그간 어찌 살았는지 지금은 무얼 하고 있는지 애인은 있는지 오랜만의 인사들을 하하호호 건네는 중에 나도 모를 부러움과 아쉬움에 한 켠이 으윽 했다. 부러운 요소는 물론 이제 돌아갈 수 없는 찬란한 20대, 아쉬운 건 내가 그나이라면 더 미치게 밝게 열정적으로 해볼라꼬 엄청 나댈 것 같은데. 걱정과 고민이 많아 보이는 우리 절믄이들의 모습들. (아 이러니까 나 너무 나이든 척 하는데, 혹이라도 저보다 나이 많으신 분들 노하지 마시길 케켁)
빨간 버튼을 누르 10년 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 누를래?
난 안할란다.
너무나 후회없이 살아서도 아니고 지난 삶이 아까워서도 아니다.
10년 전으로 다시 돌아간다 한들, 지금보다 더 잘 살 수 있을까?
분명 나란 인간은 다시 돌아간들 이보다 더하지도, 못하지도 않게 경계선을 넘나들지 않으며 종종 거리고 살 걸 안다.
물론 지금의 경험과 지식과 감성과 인간다움을 지닌 채 나이만 20살로 돌아간다면 붕붕 날아다닐테지만. (아 이건 재밌게따.)
나이듦에 초조해하기보다 게이지를 채워가는 과정으로 여기고 여유를 부려보는 건 어떨까.
아, 나 벌써 계란 한판이네. 으악 낼 모레면 혹중의 혹 불혹이여. 이래 티내고 늙어봤자 돌이킬 수 없쟈나.
나이는 뭐 나만 먹나? 온 세계 공통 규정이니 억울할 것도 아쉬울 것도 없다.
난 아직 청춘이라 말하고 싶지만.
그게 아니라면 놓치고 싶지 않던 순간들과 눈감고 싶지 않을 만큼 즐겁고 아름다웠던 것들, 과감함, 열심, 용기, 희망, 욕구 등등의 감성을 기억하고 지니고 살면 된다. 청춘은 인생의 젊은 부분을 말하는 게 아닌 것 같아서 하는 말. 모든 것은 마음에 달렸으니께.
지금, 순간을 기억하고 언제든 꺼내볼 수 있게끔 마음속 군데 군데 심어놓으면.
시공간을 초월해 내가 있는 곳이 바로 청춘의 때.
‘청춘, 그 찬란한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