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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요새

2014/12/03

다음을 모르기에 현재에 집착하며 사는걸까.
다음을 기대하기엔 닥칠 실망감을 떠안을 자신이 없어 지금이 끝이라는 현실감으로 근근히 사는걸까.

얼마 남지 않은 날을 준비하면서 가장 많이 하는 말은, 
“우리가 이렇게 될 줄 누가 알았나.”

나름 차근차근 앞날을 준비하며 살았다고 자부했지만,
하루에도 몇 번씩 지하와 천상을 오르락 내리락 하는 지금의 상황에선, 대체 난 나의 무엇을 믿고 여기까지 왔는가에 대한 의구심만 커져간다.

호기롭게 양가 부모님께 100원짜리 하나 받지 않고 무사히 마쳐보자는 이야기를 했던 우리의 모습이 점점 작아져간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내가.

내가 유치원 졸업하고부터 일을 하신 엄마에게 여지껏 맘편히 뭘 해달라 말을 해 본적이 없다.
남에게 부탁하는 것 보다 말을 꺼내는 것이 더 어렵다.
결혼 역시 내가 지금껏 모은 돈으로 하는 것이라고 20살 때부터 무언의 약속이 되어 있다. 
학생 때는 주7일 알바를 해서 학교를 다녔고, 
취업을 하고 나서부턴 한달 월급의 80%를 모아 학자금 대출을 갚았다.
쉼없이 일을 하고 이직을 하고 부모님 용돈을 드릴법한 지금의 위치까지 부지런히도 달렸지만, 난 지금 기댈 무언가를 찾고 있다.
하지만 역시 엄마는 한번에 떠올리지 않는다.
지금 엄마의 모습이, 위치가 어떻게 해서 이루어진 것임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벼랑 끝 지푸라기 한 올이 없어지는 그 마지막 순간으로 한없이 미뤄두었다.

어느 날 보다 추웠던 오늘 밤.
서울보다 억배는 더 추운 것 같은 외곽 우리집을 한참을 걸려 도착하고서는 
날 보고 활짝 웃는 엄마에게 다짜고짜 “소파가 갖고싶어. TV도.” 퉁명스럽게 말을 내다 버렸다.
말을 버린 나도 어이없다. 
전혀 부탁할 생각도 없었던 말들이 왜 비집고 나왔는지.
다정하게 애교부리며 말해도 모자를 판에 목각같은 딸년에게 저격당한 엄마는 조금 놀랐다.
그리곤 더 방긋 웃으며 “예쁜 소파 찾아보자.” 한다.

눈물이 멈추질 않는다.
엄마가 밉다. 
차라리 한마디 정신차릴만큼 혼을 내주지. 

 

 

날씨가 추워지니 나도 덩달아 오그라드는 것인지.
시작되지 않은 날에 대한 불안을 가지고 오늘은 마무리 하기엔, 곧 지나갈 오늘이 아깝다. 

밥 잘 먹고, 정신차리자.
밥은 늘 잘먹지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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